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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기이사ㆍ연봉공개가 뭐길래…재계는 고민중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내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대기업 오너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등기이사 등재는 법적 책임을 지는 책임경영의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특히 등기이사는 연봉이 공개되는데, 최근 등기 여부와 상관없이 연봉 상위 5인의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 개정도 추진중이라 재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음 달 11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은 없습니다. 그간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의 등기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물산의 등기이사도 맡지 않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이 2010년 첫 현대차 등기이사(임기3년)로 오른데 이어 올해 3번째로 등기이사에 선임될 전망입니다.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올해를 기점으로 현대차가 새로운 과제에 잇따라 도전하는 상황에 정 부회장이 일선에서 책임지고 이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분석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예고한 대로 다음달 중순께 열릴 주주총회에서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최 회장은 지난해말 혼외자 스캔들로 곤혹을 치렀으나 사생활과 경영 분리 원칙에 따라 원래 계획대로 등기이사에 복귀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등기이사 복귀를 검토 중인 계열사는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세 곳입니다.

사실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등재가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책임경영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높은 연봉으로 여론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013년 당시 SK이노베이션, SK 등 4개 계열사에서 총 301억원을 받은 최태원 회장은 ‘연봉킹’에 이름을 올리며 구설에 오른 적 있죠.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연간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상장사 등기 임원의 보수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등기임원을 내려놓는 총수 일가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40개 대기업 계열사 1365곳 가운데 총수일가가 1명 이상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1.7%(294개사)에 그칩니다. 특히 이 비율은 전년보다 1.1%포인트 낮아진 것은 물론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2년 27.2%에서 2013년 26.2%, 지난해 22.8% 등 꾸준히 떨어진 것이죠.

이런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8일 연간 보수 상위 임직원 5명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등기, 비등기 상관없이 보수를 많이 받으면 공개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경제단체는 이 개정안에 즉각 반대하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이날 공동으로 자료를 내 “연봉공개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상위 5인을 무조건 공개하는 경우 높은 성과를 내서 많은 급여를 받는 직원들도 공개 대상에 포함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요국에서는 임원개별보수 공개가 회사의 투명성 제고나 실적개선과는 상관성이 적다는 실증연구가 있고, 오히려 연봉이 공개된 임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재계는 가뜩이나 반재벌 정서가 강한 요즘 연봉공개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등기이사를 안 맡는 것으로 피할 수 있었던 연봉공개를 이제 피할 도리가 없게 되니까요.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수 일가의 보수 규모는 보다 정확하게 드러날 전망입니다. 다만 실제 적용까지는 2년 간의 유예기간을 둬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계가 이를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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