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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사, 비(非)정유로 비상 노린다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저유가 시대에도 높은 정제마진으로 웃던 정유사들이 최근 정제마진 하락세에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석유화학, 배터리,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에서 활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제품 판매 기준점으로 삼는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2월 둘째주 배럴당 6.7달러를 기록했다. 12일 이후 7.5달러대로 반등하긴 했으나 1월 평균인 9.9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ㆍ나프타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ㆍ운임 등을 제외한 이익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 정제마진이 10달러를 넘어가는 등 정유업계의 호실적을 이끈 것과 비교하면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수요증가가 공급증가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경기악화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선 다변화, 고도화 등 정유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새 먹거리인 비정유부문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조원에 육박하는 정유4사의 영업이익 가운데 아직도 정유부문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영업이익률은 비정유부문에 못 미친다.

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의 신성장동력은 배터리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전기차 프로젝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후발주자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산 배터리 공장 설비를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증설한 뒤,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따라 추가 증설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최대 석유화학 시장인 중국에서 승부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최고경영자(CEO)가 근무하는 SK종합화학의 실질적 본사도 상하이 사무소.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1조9803억원 가운데 화학사업과 윤활유사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4313억원, 2950억원에 이른다.

GS칼텍스는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부품재료로 사용되는 복합수지 사업을 강화해 북미시장에 진출한다. 멕시코 몬테레이시에 조만간 착공될 복합수지 생산시설은 2017년부터 연간 3만톤(t) 규모의 가동된다. 이 공장은 2020년까지 연간 생산을 5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GS칼텍스는 국내외 총 24만t 규모의 복합수지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해 2020년까지 총 36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4분기 재고손실 영향으로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이 1379억원 손실을 냈지만 비정유부문인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실적이 부진을 만회해주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부가치 제품인 파라자일렌 생산 판매 극대화로 석유화학 영업이익률은 13.5%에 달했으며, 윤활기유도 26.2%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2018년 가동을 목표로 4조 7890억원을 투자해 정유 석유화학 복합설비인 잔사유 고도화 컴플렉스(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게 되면 국내 유일의 PO 생산업체였던 SKC와 경쟁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아예 화학사인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고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콘덴세이트 정제 및 혼합자일렌(MX) 제조공장을 공동으로 건설 중이다. 올해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는 자체적인 경영성과라기보다는 저유가와 수요 강세 등 글로벌 외부환경에 따른 실적 등락이 큰 업종으로 실적이 좋아도 우리가 잘했다고 내세울 수 없고, 낙관할 수도 없는 처지”라며 “사업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정유사의 공통과제”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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