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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與 핵무장론 불협화음(?), 알고보면 고도의…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비핵화 원칙을 내세웠음에도 새누리당이 연일 핵무장론을 앞세우고 있다. 특히 사안마다 친정부 기조를 보였던 여당 지도부들이어서 이례적이다.

겉으론 미묘한 불협화음으로 보이지만, 속사정을 보면 여당에도 청와대에도 나쁘지만은 않은 카드다. 여당은 민심을 향해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국제사회의 파장은 청와대가 ’방어’해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핵무장론을 반대하면서도 강하게 제지하지는 않는 뉘앙스다. 시작은 지난 1월 7일이었다. 신박(新朴)계로 불리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시 당 회의에서 “북한의 핵에 맞서 자위권 차원의 평화의 핵을 가질 때가 됐다”고 핵무장론을 공식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이어 열린 대국민담화에서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된다”고 비핵화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전술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오죽하면 그렇게 하겠나”고 했다. 비핵화 원칙을 포기할 순 없지만, 심정적으로 여당의 주장이 이해는 간다는 여지다.

지난 18일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면서도 “(핵무장론은) 안보가 우려돼 하는 말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미 한차례 공식적으로 핵무장을 반대한 뒤에도 여당 내에서 핵무장론이 연일 고조되는 건 최근 당청 관계를 볼 때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반발이 나올 때마다 곧바로 입장을 정리했었던 여당이다. 이들이 평소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의원들이 아니란 점에서 더 그렇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론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핵무장론을 강하게 제지하진 않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핵무장론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공식적인 반대 입장도 이에 기초한다. 최근 여당은 한ㆍ미 원자력협정 재검토도 주장하고 나섰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활용 권한을 늘려 핵무장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ㆍ미 원자력협정은 지난해 43년만에 양국이 개정한 협정이다. 재개정까지 40년 이상 걸릴 만큼 민감한 사안이었다. 협상 기간만도 4년6개월이 걸린 난산(難産)이었다. 


재개정을 통해 한국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이 가능해지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나 저농축 우라늄 개발 등의 길을 열어두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합의가 전제돼 있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미국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1988년 협정 개정에서 미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자체 판단에 따라 농축ㆍ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협정을 개정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원자력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방향타가 마련됐다”고 호평했다. 당시 호평했던 협정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는 셈이다.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극히 희박하다.

핵무장론은 한미 원자력협정 외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도 정면 위반하게 된다. 가입 이후 NPT를 탈퇴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다.

이 같은 비현실성을 알면서도 여당이 연일 핵무장론을 내세우는 건 민심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역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이 54%, 반대가 38%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선을 앞두고 핵무장론이 불리할 리 없는 여당이다.

대신 국제사회의 반발은 청와대의 공식적인 비핵화 원칙으로 대응하는 형국이다. 국제사회를 향해 그만큼 국내에서 북핵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시위 격도 된다. 실제로 핵무장을 하진 않겠지만 오죽하면 집권여당이 핵무장까지 요구하고 나서느냐는 호소다.

여당에도 청와대에도 총선을 앞두고, 또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나쁘지 않은 카드다. 핵무장론을 둘러싼 당청의 이례적인 ‘불협화음’이 ‘화음’일 수 있는 이유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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