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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오십미터’ 외 신간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오십 미터(허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불행하게도 오십 미터도 못 가서 죄책감으로 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올해로 등단 25주년을 맞은 혀연 시인의 네번째 시집의 표제시다.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숙명 혹은 그리움 앞에 멈춰 선 화자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리움의 중독은 여러 시에서 이어진다. “오늘 밤 목련이 목숨처럼 떨어져 나갈 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목련이 떨어진 만큼 추억은 죽어가겠지요.”“하얀 망각이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있을 거야” 등 화자의 그리움은 두려움과도 통한다. 이번 시집에는 201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외 6편과 시작작품상 수상작 ‘장마의 나날’등이 수록돼 있다. 세월속에 찌든 슬픔, 마모되어 소멸돼 가는 존재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날선 타자로 살아가는 몸부림이 시집에 녹아있다.


▶나눔의 세계-알베르 카뮈의 여정(카트린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문학동네)= 알베르 카뮈의 친딸 카트린 카뮈가 세계 곳곳을누비며 작품 활동을 해온 카뮈의 족적을 사진집 형식으로 담아냈다. 여행 당시를 기록한 사진과 육필원고, 편지 등을 통해 카뮈가 사랑하고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준 공간과 그 속에서 전개된 문학적 사유를 만날 수 있다. 책은 지중해, 유럽, 세계라는 3부로 구성됐다. 제 1부는 카뮈가 태어나고 작품활동의 모태였던 알제리와 어머니의 고향이기에 더욱 친숙했던 스페인을 자세히 담아냈다. 제2부에서는 “짐승들의 세상”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한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유럽을, 3부는 러시아, 미국, 남아메리카를 두루 여행하며 빈민들의 삶에 공감하고 약자들과 연대하는, 행동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로서의 카뮈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책 제목 ‘나눔’은 타자를 향한 확대와 연대라는 작가의 지향점,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카뮈 사유의 특징을 담은 표현이다. 부조리에서 반항으로, 다시 사랑으로 진화하는 카뮈의 문학이 공간을 통해 확인된다.


▶서양철학사1,2(군나르 시르베크, 닐스 길리에 지음, 윤형식 옮김, 이학사)= ‘쉽고 정확하고 포괄적이다’.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철학자,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함께 쓴 서양철학사는 이렇게 집약된다.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 철학 교재로 집필돼 필독서가 된 이 책은 다른 철학사들과 달리 자연과학, 사회과학, 정치사상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각이 특징이다. 철학사상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ㆍ사회사상 등 다른 학문들 간의 관계,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등이 주도한 자연과학과 철학과 주고 받은 영향 관계를 상세히 다룬다. 또 인문학과 사회과학 및 정신분석학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다룬 점도 다르다, 과학혁명 못지않게 인문학의 발흥과 사회과학에서의 혁명이 당대의 세계관에 도전, 새로운 인식론적 문제와 윤리적 문제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이다. 책을 관통하는 저자들의 관점은 근대사회가 성취한 폭넓은 인권과 민주주의 사상, 과학적 사유의 바탕이 되는 보편적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다. 이 전제 위에서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반박하는 등 혁신적이기까지 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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