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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 잘 자면 영리하고 날씬하고 젊어져…잠에 관한 모든 것
[헤럴드경제] 베를린 세인트 헤트비히 병원에서 신경정신과 환자들을 위한 수면치료실을 운영하는 시간생물학자 디터 쿤츠는 10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쿤츠는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4일간 특별제작한 안경을 끼고 생활하게 했는데, 안경테 안에 광센서를 장착해 그들이 일과 중에 어느 정도의 빛에 노출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끔찍했다. 시간단위로 측정한 실험기간 내내 이들은 단 한 번도 50룩스를 넘지 않았다. 흐린 겨울날 야외의 조도는 2000~5000룩스, 햇살이 빛나는 날에는 10만룩스에 달한다. 우리는 모두 어둠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망막에서 빛을 감지하는 센서인 멜라놉신은 간뇌에 있는 중추시계에 신호를 보내 인체조직을 이루는 각 세포로 하여금 언제 활성화하고 에너지를 충전하고 내어줄지, 언제 호르몬 같은 성분을 대폭 생산해낼지 생체 시계를 관장한다. 빛의 감소는 생체시계를 헝클어트려 삐걱이게 만드는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신경생물학자 페터 슈포르크 박사는 저서 ‘안녕히 주무셨어요?’(황소자리)에서 이처럼 자연을 거스르는 리듬때문에 만성 수면부족과 우울증, 생체리듬 교란에 따른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책에서 자연이 우리 삶에 왜 잠을 설계해 놓았는지, 잠이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꿀잠 자는 사회를 위한 제언과 자연의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법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우선 잠에는 현대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장수와 건강의 비밀이 들어있다. 잠이 없다면 인간의 두뇌는 장기적 학습이 불가능하다. 기억과 창조적 사고, 체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잃게 된다. 낮 동안에 이뤄진 학습이 대뇌피질에 저장되고 쓸 데 없는 정보는 폐기된다. 또 수면 중에 우리의 혈관계와 면역계, 피부, 간, 근육과 장기들은 새로운 세포를 생성해낸다. 자는 동안에만 나오는 성장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병든 세포는 제거되고 감염과 노화에 대항한 싸움이 진행된다. 낮에 활동한 세포들이 잠자는 사이, 다른 무수한 신체기관들이 또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다.

잠을 푹 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영리하고 긍정적이며, 날씬하고 젊다는 건 과학적 진실인 셈이다.

반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대가는 혹독하다.

2014년 스웨덴 수면과학자들은 하룻밤을 뜬 눈으로 지샌 젊은이들의 혈액 속에서 신경세포들이 사멸할 때 나타나는 물질의 농도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잠이야 죽으면 실컷 잘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다간 세포의 조기 사멸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인의 생활환경이 낮은 너무 어듭고, 밤은 너무 밝은 데 있다.

2013년 라이프치히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가 대도시 지빠귀들의 지저귀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대도시 공원에 사는 지빠귀는 자연속에 사는 지빠귀보다 최대 2시간 일찍 지저귀기 시작했다, 밤의 인공조명이 동물들의 체내시계를 뒤죽박죽 만들어놓은 것이다, 대도시 지빠귀는 밤의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수치도 줄었다. 멜라토닌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손상을 복구하므로 멜라토닌 감소는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저자는 개인의 생리학적 리듬을 고려하지 않은 현대사회의 근무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생체리듬과 현재의 업무리듬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18%에 불과하다는 것. 학교의 등교시간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기는 생애 중 시간 리듬이 가장 뒤로 가는 시기다. 따라서 학교와 직장은 오전9~11시에 시작해야 맞다는 주장이다. 이는 주말의 생체리듬에 해당한다.

잦은 해외여행이나 출장도 몸에는 치명적이다. 시차증은 6일 정도 지나야 정상화되며 이 과정에서 폐와 근육의 시계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건 자연적인 리듬으로 돌아가기라고 말한다. 밤과 낮, 휴식과 활동, 저마다 다른 개인적 생물학적 삶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한 현실적인 제안으로 수면도둑과 맞서는 방법들을 들려준다.

늦은 시간에 커피마시지 않기, 저녁에 과식하거나 운동을 과하지 않게 하기, 자극적인 TV시청 금지, 침실에서 TV빼기, 조명 빠꾸기, 휴가 중에 수면요양하기 등이다. 교대근무에 대한 다양한 현실적인 제안도 귀기울일 만하다.

“업무시간과 자유시간을 도그마적으로 가르지 않고 부담이 되는 일은 주로 낮시간에 해결하고 개개인의 생체리듬에 유의하고 신선한 공기를 더 많이 마시고 햇빛을 더 많이 쬐어주고 밤에는 일찌감치 확실하게 쉬어주고 전체적으로 일을 줄인다.”(10쪽)

시간생물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가족과 기업, 사회 모두가 유익을 얻는 길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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