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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테러범 휴대폰 정보공개 거절] ‘안보 vs 사생활 보호’…FBI-애플 신경전
미국 법원이 애플 측에 샌버나디노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하라고 명령했지만,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부했다. 국가 안보와 사생활 중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할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애플을 비판하고 나서 대선 쟁점으로까지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팀 쿡 애플 CEO는 17일(현지시간) ‘고객에게 드리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 정부는 애플이 고객의 보안을 위협하는 전에 없는 조처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해 왔다”며 “우리는 법원 명령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명령을 받아들이면 고객의 개인정보를 위협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이폰은 문자메시지나 사진 등의 정보가 암호화돼 있어, 기기가 잠겨 있을 경우 사용자가 설정한 비밀번호가 있어야만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10번 이상 잘못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모든 자료가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됐다.

샌버나디노 테러범의 아이폰을 확보한 FBI는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의 명령을 받아 무제한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해도 자료가 삭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다. 또 1만여개의 번호 조합을 일일이 손으로 입력하는 대신 빨리 처리하는 방법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쿡은 이에 대해 “(잠금장치 해제) 기술을 일단 만들고 나면, 다른 기기를 열어보는 데도 반복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그 명령은 당면한 법률문제의 차원을 뛰어넘는 더 심각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애플의 이러한 입장은 즉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화당 대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 사람들은 도대체 자신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은 “어떠한 기기나 자동차, 아파트도 법원 명령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성명을 냈고, 매트 올슨 전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애플은 스스로 선량한 시민이며 법원의 명령에 따른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론 위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진짜 패배자는 미국인이 될 수 도 있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 것”이라며 “기업은 법원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어떤 회사도 자기 제품을 고의로 약화시키도록 강요받아서는 안된다”고 애플을 옹호했다. 또 캐빈 뱅스턴 ‘새로운 미국의 열린기술협회’ 이사는 “이 일이 선례로 자리잡으면, 아이폰만 아니라 모든 컴퓨터와 휴대폰의 신뢰 문제에 ‘디지털 재앙’이 닥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메드 가푸어 캘리포니아대학 헤이스팅스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정부는 페이스북에도 범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도록 강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으며 영장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실제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소셜미디어가 테러 모의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테러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트위터ㆍ애플ㆍ페이스북 대표들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정부 측은 소셜미디어의 암호화를 약화해 정보ㆍ수사기관이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요청했으나, 기업 대표들은 그 경우 자칫 해커나 중국과 같은 국가등이 사적인 메시지를 해킹할 우려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의 이러한 논란은 2014년 이후 벌어졌던 한국에서의 카카오톡 감청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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