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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신해철법 ‘억울한 의료사고 피해자’ 줄이는 계기돼야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환자가 치료중 사망 혹은 중증상해 피해를 당했을 경우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면, 의사와 병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이 시작된다는 내용이다. 환자측에선 소모적이었던 소송 대신, 조정을 통해 구제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 의료분쟁 조정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의사와 병원의 동의’라는 전제로 인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까지 최근 3년간 총 5487건이 중재원에 접수됐으나 조정이 개시된 건 2342건(43.2%)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안은 소송뿐이지만, 피해 사실을 환자측이 입증해야한다는 벽에 부딪힌다. 일반인이 병원을 상대로 전문적인 의료지식과 정보를 알아내 대응하긴 쉽지 않다. 불가항력적인 사망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의료사고라 해도 진실을 가려내기 어려웠다.

가수 신해철씨의 갑작스런 죽음은 이런 법안의 개정필요성에 불을 지핀 셈이다. 고 신씨는 지난 2014년 10월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가슴과 복부 통증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다 심정지로 쓰러졌고, 수술 5일만에 숨졌다. 이에 신 씨의 유족과 지인들을 중심으로 개정안 마련 촉구에 나섰고, 김정록 오제세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다.

의료분쟁이 증가하게 될 것을 우려한 대한의사협회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인의 소신진료가 위축되고, 의료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상해의 정의와 범위를 놓고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들의 우려도 납득할 수 있다. 조정대상이 아닌 사고도 신청이 늘어나고, 브로커가 개입되거나, 병원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부작용은 애초에 차단할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중상해의 범위도 대통령령에 명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 통과가 시사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약자인 환자측이 의료사고라고 여기는 사건에 대해 진상을 알고 싶어한다는 점마져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과잉 치료, 무리한 시술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병원과 의사만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병원과 의사측의 잘못이 있었다면 처벌을 받아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환자측에게 당당히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번 개정안은 억울한 피해자를 막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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