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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집주인 이씨, ‘암매장’ 큰딸 학대 주도했다”…경찰, 엄마와 공범 잠정 결론
엄마 박씨 “이씨 요구로 딸 손발 묶고 테이프로 입 막아”
경찰, 상해치사 공범 잠정 결론…살인죄 적용 여부 검토


[헤럴드경제] 큰딸 시체 암매장 사건에서 집 주인 이모(45) 씨가 사실상 김모(사망 당시 7세) 양의 학대를 주도하고 어머니 박모 (42) 씨에게 폭행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씨는 이씨에게 돈을 빌려 이씨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를 박씨와 함께 김양 상해치사 혐의의 공범으로 잠정 결론내리고 살인죄 적용을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큰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박모 씨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 뒤에는 집 주인 이씨의 영향력이 있었다. 이 씨는 집주인이자 채권자인 권력관계를 이용해 김양 학대를 주도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도 광주 야산 중턱 김양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된 지점.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18일 사건 수사를 지휘 중인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씨는 2011년 10월 25일 오후 10시부터 김양이 집안 가구를 망가뜨린데 대해 박씨에게 “훈육을 그 정도 밖에 못하냐”는 말을 한 차례 건넸다.

이후 박 씨는 30분 정도 김양을 혼내면서 회초리를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 같은 폭행도 마음에 차지 않아 이튿날 아침 다시 “애를 잡을거면 제대로 잡아라”고 했다. 박씨는 “이씨의 요구에 큰딸을 의자에 앉힌 뒤 손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았다. 코는 막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큰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박모 씨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 뒤에는 집 주인 이씨의 영향력이 있었다. 이 씨는 집주인이자 채권자인 권력관계를 이용해 김양 학대를 주도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도 광주 야산 중턱 김양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된 지점.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경찰 관계자는 “박씨가 자신의 이름으로 카드 돌려막기를 해서 이씨에게 어느 정도의 채무관계가 있다는 진술을 했다”며 “이씨와 박씨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현장에서 이런 말을 했을 때 상해치사의 공범으로 보는 판례가 99.9%”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를 박씨와 함께 상해치사 공범으로 잠정 결론 내린 상태다.

사건이 불거지자 이씨는 언론에 “나는 당시 아파서 누워 있었다. (박씨의 큰딸) 학대 사실을 몰랐다”며 범죄 사실 일부를 부인했지만 수사 결과 사실상 김양 학대를 주도해 이 같은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나게 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김양의 사망 당시 상황에 대해 “(큰딸이) 좀 힘들어 보여 엄마(박씨)한테 빨리 와 보라고 전화했다”며 “(박씨가) 출근할 때도 출근하지 말라고 말렸다. 엄마한테 인계했는데 그 다음에 잘못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김양 학대 현장인 경기도 용인시 거처와 암매장 장소인 경기도 광주시 야산 현장검증을 위해 경남 고성경찰서에서 출발 대기 중인 호송차. 이씨가 탑승해 있다. 고성=윤정희 기자/cgnhee@heraldcorp.com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A씨가 B씨에게 제 3자에 대해 상해나 중상해를 입힐 것을 요구했더라도 B씨가 이를 넘어 결과적으로 상해 당사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경우 과실 내지 예견 가능성이 있을 경우 상해치사죄의 교사범으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일반적인 판례”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이씨가 교사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7일부터 박씨와 이씨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지 두고 법리적 판단에 들어갔다. 경찰은 18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거처와 김양의 시신을 유기한 경기 광주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거치고 나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씨는 아동학대 및 사체 유기로 구속된 상태다. 다만 경찰은 사체 유기 공범인 백모(42) 씨와 이씨의 언니(50)에 대해서는 상해치사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원호연, 창원=윤정희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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