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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문화재·미술품 유통 관리법’ 시급하다
최근 국내ㆍ외를 막론하고 문화재ㆍ미술동네가 위작 관련으로 어수선하다.

우리가 믿고 보는 미국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에 작품 보증서가 위조된 가짜가 들어오는가 하면, 세계적인 크뇌들러와 프리드만 화랑은 위작 판매 혐의로 법정에서 죄를 가리고 있다.

미술품 위작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특히 문화재나 미술품 가격은 과학이나 합리가 아니라 예술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술품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젠 미술품도 금융자산처럼 그에 걸맞은 규제가 필요하다. 수억원이 넘는 문화재나 미술품 거래가 관리 감독이나 법적 제재 없이 이뤄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거액의 문화재 및 미술품이 법령에 의한 절차나 관련 표준계약서조차 없이 거래되고 있다. 문서를 작성한다 해도 문서의 양식과 내용은 ‘엿장수 마음’이다.

우리도 규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이고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상식적인 유통 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중간 유통상의 난립을 막고, 시장을 투기장이 아닌 문화적 재화 교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국내 미술시장이 원천적으로 스스로 작동하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다. 상위 10위권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세하고 후진적이다. 게다가 소위 ‘나까마’라는 중간 유통상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명멸을 반복하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미술관련 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1971년부터 법적 논의를 시작, 1980년대 독립된 법안인 ‘문화예술법’ 일명 ‘아트로(Art law)’를 제정, 시행했다. 캐나다는 1980년 문화예술법 관련 저작물이 처음 간행됐다. 문화재 및 미술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후발주자 중국은 1994년 ‘미술품의 경영에 대한 관리법’을 만들었다.

우리도 예술법이 필요하다. 문화재와 미술품을 포괄하는 유통 관리법을 만들어 시장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먼저 전자상거래를 포함, 문화재와 미술품을 판매하고 중개하는 모든 사업자는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문화재 및 미술품 전문중개사(가칭)’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을 두고, 자본금과 면적, 취급 작품의 출처 증명과 내부 경영관리 규정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법안의 핵심은 모든 거래를 서류로 작성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거래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작품의 소장이력, 전시이력, 문헌자료이력, 상태보고서, 수복보존처리이력서 등을 작성하고, 거래시 작품보증서와 미술품감정서를 함께 교부하는 것이다. DB로 구축된 자료는 미술품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세원 확보를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 법률의 작동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문화재 및 미술품전문중개사’ 제도다.

전문 중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사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춘 자에 한해 1차, 2차에 걸쳐 시험을 통과하도록 하고, 중개인은 전공별로 자격증을 둬 세분화한다. ‘조선회화’ 같은 특정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타 분야도 시험을 통해 복수의 자격을 취득할 수도록 한다.

그동안 미술계는 ‘구호’처럼 문화재 및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투명성 제고를 외쳤지만, 이젠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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