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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브랜드]②브라 스페셜리스트가 상주…빅토리아 시크릿의 비밀은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에는 세계 최대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이 들어선다. 자신의 가슴 사이즈보다 두컵이나 커보이게 하는 ‘밤쉘 브라’ 등으로 전세계 여성들이 열광하는 브랜드다.

면세점에서 속옷 가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매장 입장에서는 사이즈별 재고 관리가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품이 번거롭다. 하지만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요청으로 ‘빅토리아 시크릿’은 면세점에 진출해 세계적인 명품들과 나란히 서게 됐다.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출처=플리커]

▶빅토리아 시크릿의 비밀=비싼 속옷은 립스틱과 마찬가지로 ‘감당할만한 럭셔리’ 제품으로 꼽힌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명품 브랜드 립스틱처럼 경기 침체기에도 ‘작은 사치’를 누리려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빅토리아 시크릿 홈페이지에서 원화로도 제품 가격을 표시하는데 브라는 3만~9만원대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성공 비결은 다양한 여성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데 있다. 브라의 경우 30A부터 40DDD까지 38개 사이즈를 갖추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에서는 브라스페셜리스트가 줄자로 여성들의 정확한 가슴 사이즈를 재준다. 대충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입어왔던 일부 여성들은 그동안 자신이 잘못된 사이즈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이즈만큼이나 디자인도 다양하다. 레이스로된 티팬티부터 펑퍼짐한 팬티까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디지털시대에도 적절하게 대응해 고객의 이탈을 막았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환불도 군소리없이 해준 것이다. 2015년 2분기의 경우 모바일 판매가 전체의 25%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72% 성장한 수치다.

온라인 판매는 오프라인 판매와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예를들어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매장에서 할인 판매한 것이다. 이는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지 못해 주저하던 소비자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영향을 미친다.

란제리뿐만아니라 빅토리아 시크릿의 잠옷, 수영복, 향수, 바디제품 등도 인기가 높다.

빅토리아 시크릿 바디케어 제품 [출처=게티이미지]

▶비운의 창업자는 자살=빅토리아 시크릿은 전세계 란제리 시장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성공한 브랜드지만 비운의 창업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창업자인 로이 레이먼드는 부인에게 란제리를 사주고 싶었지만 속옷 매장에 선뜻 들어가기가 어려웠다. 그는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편하게 속옷을 사주도록 하자”는 콘셉트로 빅토리아 시크릿을 열었다. 당시만해도 주로 남성들이 구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먼드는 은행, 친척으로부터 8만달러를 빌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에 가게를 냈다. 매장 인테리어는 현재의 화려한 분위기와 달리 나무 등을 사용해 점잖게 꾸몄다. 첫해에 50만달러를 벌어들일 정도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레이먼드는 5년 뒤인 1982년 레슬리 웩스너에게 빅토리아 시크릿을 팔았다. 100만달러에 팔린 이 회사는 2년 뒤 가치가 무려 5억달러로 뛰었다.

웩스너는 빅토리아 시크릿을 인수한 뒤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패션잡지 보그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럭셔리하고 섹시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싶어하던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창업자인 레이먼드는 빅토리아 시크릿을 판 뒤 아동용품 회사 등을 차렸지만 실패했다. 부인과 이혼까지 하게 된 그는 1993년 금문교에서 뛰어내렸다.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엔젤’[출처=게티이미지]

반면 웩스너는 2016년 2월 기준 순자산 72억달러로 세계적인 부호 반열에 올랐다. 웩스너는 빅토리아 시크릿을 비롯해 배스앤바디웍스 등을 자회사로 둔 엘(L)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다.

지난해 엘브랜드의 순매출액은 121억5400만달러로 전년 114억5400만달러 대비 6%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76억7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빅토리아 시크릿은 엘브랜드의 효자로 꼽힌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5년 1월 기준 전세계에서 1139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해외 지점 100개 추가 등 성장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중산층 여성들을 겨냥해 아시아 출신 모델들도 늘리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출처=게티이미지]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빅 이벤트=빅토리아 시크릿하면 모델인 ‘엔젤’이 대명사로 꼽힌다. 타이라 뱅크스, 하이디 클룸,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들이 ‘엔젤’ 출신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년 연말 오십여명의 ‘엔젤’들이 등장하는 패션쇼를 개최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이 쇼는 지구상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패션쇼이자 큰 사업(big business)”이라고 전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개최하는데 1200만달러(약 145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통 패션쇼를 개최하는데 20만~100만달러가 드는 것에 비하면 수십배 규모다. 2013년에는 970만명, 2014년에는 910만명이 이 패션쇼를 시청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붙는 TV광고는 30초짜리가 20만달러(약 2억4000만원)에 달한다. 스와로브스키, 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들은 패션쇼의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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