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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은혜 갚기 위해 우승상금 전액 기부한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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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사진)가 14일 ISPS 한다 뉴질랜드여자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뒤 우승상금 전액을 기부했다. 우승상금은 3만 유로((약 4000만원)다. 버는 돈에 비해 푼돈에 불과하다는 악플이 달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불쌍한 영혼들의 부질없는 말장난일 뿐이다.

리디아 고는 시상식 도중 기부 의사를 밝혔다. 리디아 고는 “가족과 리디아팀 관계자와 상의한 후 기부를 결정했다. 기부행위는 우리 모두가 하길 원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진지하게 이 돈이 뉴질랜드를 위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대로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의 후원 아래 세계 최고의 골퍼로 성장했다. 주니어 시절엔 대회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트러스트 펀드’라는 기금도 운영했다. 리디아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해 펀드에 가입해 주면 향후 프로골퍼로 성공한 후 이자를 쳐서 이를 되갚는다는 게 ‘트러스트 펀드’였다.

리디아 고는 시상식 도중 눈물을 흘리며 뉴질랜드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우승 소감을 밝히던 중 "뉴질랜드 골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팻시에게 감사한 마음을…"이라며 감정에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리디아 고가 언급한 팻시는 뉴질랜드 골프협회장을 지낸 팻시 핸킨스로 주니어 시절 리디아 고를 후원했던 은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별세했다. 리디아 고의 우승상금 쾌척은 보은(報恩)의 의미가 크다

리디아 고 이전에 우승상금 전액을 쾌척한 훌륭한 골퍼들이 있다. 현재 성균관대 골프팀 감독인 김성호 프로는 96년 슈페리어오픈에서 우승한 뒤 상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신지애 프로는 2010년 매트라이프 KLPGA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우승상금 1억원 4000만원을 박현주 재단에 쾌척했다.

김인경 프로는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22만 5000달러의 우승상금 전액을 기부했다. 절반은 로레나 오초아 재단에, 절반은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쾌척했다. 이 인연으로 김인경은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는 스페인에서 뛸 때 우승상금 전액을 후배들을 위해 내놓아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골퍼가 우승상금 전액을 쾌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초청료로만 수십억원을 받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우승상금 전액을 쾌척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투철한 신념이나 철학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도 우승상금 전액을 기부할 경우 대회 경비나 세금, 캐디에게 주어야 할 주급과 인센티브 등 부가적으로 선수 본인이 지출해야 하는 금액도 상당하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기부하고 싶은 유혹도 생길 수 있다.

로리 매킬로이는 지난해 5월 “아이리시오픈에서 우승하면 상금 전액을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내놓겠다”고 말했지만 우승하지 못했다. 조건을 내건 자선 약속은 이뤄지지 못하면 공허하게 느껴진다. 작년 군복무중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도 “군인 신분이라 개막전 우승상금을 받을 자격이 안돼 2등을 한 선수가 우승상금을 가져갔는데 차라리 그 돈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간인으로 돌아온 허인회가 앞으로 우승했을 때 어떻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오롯이 마음이 드러나는 것은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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