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얼푸드]음식은…정치다
realfoods
멕시코식 치폴레집 간 힐러리…피자 즐기는 트럼프
햄버거 중독자 오바마…선거·정책 길목서 민심 잡는 수단 활용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정치판에서는 음식도 정치다. 정치인이 먹었다는 이유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선거철만 되면 재래시장 국밥집이 정치인들로 문전성시가 된다. 국밥 하나로 ‘서민적인’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만 봐도 그렇다. 힐러리는 매콤한 음식을 좋아한다. 할라피뇨와 핫소스 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매콤한 멕시칸 음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가 지난해 9월 NBC 방송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음식은 다름아닌 ‘초콜릿’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1992년 힐러리를 둘러싼 쿠키 해프닝을 안다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1992년 힐러리는 “집에서 쿠키나 굽느니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낫겠다 싶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업주부들을 무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성 지지자들이 많은 힐러리 입장에서 난감한 노릇이었을 것이다. 이후 방송에서 힐러리는 “나도 집에서 베이킹을 즐긴다”며 “나만의 비법이 담긴 초콜릿 칩 쿠키를 굽는다”고 밝혔다.

같은 해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 후보 부인들이 펼치는 쿠키대결인 ‘대통령 쿠키 굽기 대회’(Presidential Cookie Bake-Off)에서 오트밀이 들어간 유기농 초코킵 쿠키 레시피를 공개했다. 정장을 벗어던지고 앞치마를 두른 힐러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레시피를 보고 쿠키를 만들어본 시청자들은 경쟁자 바버라 부시보다 힐러리의 쿠키에 더 많은 표를 던졌다. 쿠키대회에서 승리한 힐러리는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똑같은 초콜릿 칩 쿠키를 들고나와 밥 돌 후보의 부인 엘리자비스 돌의 피칸롤 쿠키를 제압했다. 빌 클린턴은 그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쿠키 대결 승자가 백악관에 입성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멕시칸 음식을 선호한다는 입맛에도 정치가 스며들어 있다. 지난해 힐러리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다음날 처음 모습을 드러낸 곳은 멕시코식 패스트 푸드점인 ‘치폴레’였다. 뉴욕타임스(NYT)와 허핑턴포스트는 “히스패닉을 겨냥한 친서민적인 행보”라며 “중산층 살리기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 지는 “대중적이지만 건강한 음식을 선택함으로써 정치적으로 매우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공화당의 이단아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피자’로 유명하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강한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피자를 즐기며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장난을 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흥미로운 것은 피자의 소스와 도우 위에 올려진 건더기들은 먹지만 정작 도우 자체는 먹지 않는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름으로 된 보드카와 맥주 브랜드도 있지만 정작 그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도 정치적인 계산이 있다. US매거진은 트럼프의 독특한 식이요법이 “건강한 식습관을 지향하는 상류층과 피자 등 패스트푸드가 익숙한 서민층을 잡기 위한 전략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외에 체리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구운 베이컨, 그리고 바싹 익힌 계란후라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트럼프가 대선운동을 벌이며 가장 많이 방문한 레스토랑은 피자음식점이 아닌 트럼프가 경영하는 음식 체인인 ‘트럼프 그릴’이었다.

트럼프를 유명하게 만든 또다른 음식은 다름아닌 ‘오레오’다. 트럼프는 지난 8월 돌연 오레오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오레오가 시카고에 있는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극단적인 난민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캠프전에서 직접 무슬림 여성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쫓아내기까지했다.

이주민 문화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한 젭 부시. 그는 다문화적 가정에 걸맞게 멕시코 음식을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은 젭 부시가 대선 출마를 밝힌 당시 “공화당이 확보하지 못했던 히스패닉계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샌더스는 음식과 관련해 크게 발언하거나 홍보한 바가 없다. 대선운동을 벌이더라도 일반 패스트푸드점이나 체인점이 아닌 식료품 가게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US뉴스에 따르면 샌더스는 선거활동기간 동안 Hy-Vee라는 식료품가게에서 계산을 가장 많이 했다.

샌더스를 둘러싼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그가 채식주의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신에 따르면 샌더스는 돼지구이를 즐겨 먹는다. 자신이 직접 그릴에 돼지고기를 굽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샌더스는 돼지고기 구이를 자주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채식주의자들은 “샌더스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친환경주의적인 식이 전파를 약속했다. 채식위주의 식습관 문화 형성을 기대한다”며 샌더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음식 정치학의 대가라고 하면 단연 꼽히는 것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그는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도 백악관 밖 음식점을 사랑한다. 멕시칸 패스트 푸드점인 치폴레에서부터 수제햄버거가게인 셰이크 색까지, 각종 패스트푸드점을 섭렵한다.

오바마는 ‘햄버거 중독’으로 유명하다. 2007년 선거기간 중 2011년에 맞을 50세 생일파티를 햄버거집에서 하겠다고 공약(?)까지한 바 있다. 오바마의 햄버거와 고기사랑으로 그는 ‘오비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백악관 참모들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그리고 미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들까지 햄버거 가게에 대동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햄버거 사랑에도 정치가 있다. 2014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의 ‘셰이크 색‘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버거가 맛있을 뿐만 아니라 이 가게가 직원들에게 시간당 10달러 이상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미국 패스트푸드 점의 평균 시급은 9 달러에 그친다.

그런데, 2013년 오바마가 가장 좋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음식은 ‘브로콜리’다. 당시 오바마는 연례 어린이 국빈 만찬을 가지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미셸 오바마의 ‘레츠 무브-건강하게 먹자’(Let‘s Move! - Eat Heathly) 사업 일환으로, 건강한 급식메뉴 아이디어를 제출해 선발된 어린이들을 초청해 그들이 제시한 메뉴로 만찬을 갖는 자리였다. 이때, 한 어린이가 오바마에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 언론은 오바마가 건강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네티즌은 “과거 피자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다”고 격분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브로콜리 논란에 오바마는 “브로콜리는 햄버거와 피자와도 잘 어울린다”며 “아내가 올해 초(2013년) 우리 집은 ‘브로콜리 가정’이라 불릴 정도로 브로콜리를 좋아한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