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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조성진은 아직 젊으니까 괜찮아
조성진을 만나기 위해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에 뛰어들었다. ‘곰손’(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이미 늦었다. 예매처 웹페이지를 새로 고침하며 빈자리를 노렸다. 어렵게 생긴 한 좌석도 예매할라치면 벌써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있었다. 티켓 양도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원가에 두 배 이상 붙여 팔고 있었다. 유혹에 흔들릴 뻔했다. 그나마 조성진 앨범은 구하기 쉬웠다. 음반점 직원에게 앨범을 달라고 하자, “브로마이드도 드릴까요?”라며 돌돌 말린 종이를 건네줬다. 펼쳐보니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사진이었다. 집 한쪽 벽에 사진을 붙여놓고,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니 티켓팅에 실패해 낙담한 마음이 누그러지는 듯했다.

지난해 10월 제17회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우승했단 소식이 전해진 후, 2일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가 국내서 열리기까지 설렘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티켓팅에 성공해 조성진의 실황 연주를 들으며 벅찬 감동을 느꼈을 것이고, 공연장을 찾지 못한 누군가는 앨범으로 들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조성진 신드롬은 애호가는 물론이고 클래식이 생소한 대중에게 큰 활력소가 됐다. 한국이 낳은 스타 피아니스트의 탄생이란 성공담에 감정 이입하며, 버거운 삶에 억눌려있던 이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사진제공=크레디아]

콩쿠르 우승이 정점인 양 스포트라이트가 조성진을 강하게 비췄다. 그러나 21세 청년 조성진은 자신의 음악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는 목표가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콘서트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정진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콩쿠르 이후 연주 기회가 많아진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조성진의 경연을 지켜본 쇼팽협회장 아르투르 슈클레네르는 건반을 장악하는 테크닉과 음악에 대한 환상적인 이해력과 더불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 능력을 강조하며 칭찬했다. 그의 연주를 객석에서 만나야 하는 이유다.

조성진은 최근 프랑스기획사 ‘솔레아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미국·이탈리아 지역 매니지먼트사와 잇달아 계약하면서 영국·체코·러시아·일본 등 세계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국내서 확정된 7월 15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은 진작 매진됐다. 금의환향한 그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관객에게 “조성진은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는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조성진이 목표한 대로 세계무대에서 승승장구한다면 그의 연주를 만날 기회는 또 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조성진 발(發)’ 클래식 열풍이 지속적인 관심으로 번져야 한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조성진이 백발의 구도자가 되어 청중 앞에 섰을 때, 그리고 제2의 조성진이 탄생할 때, 지금의 열렬한 환호성이 재현되길 기대해본다.

뉴스컬처=송현지 기자`/song@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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