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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내일은 슈퍼리치(23) ‘쇠물고기’로 35억명에 철분을! 29세 사회적 기업가의 도전
-철분 결핍인구 35억명 구제 나선 개빈 암스트롱...2012년 사회적기업 ‘럭키아이언피쉬’ 창업
-요리중 넣어 철분보충하는 ‘쇠물고기’ 고안…저렴한 가격에 캄보디아 10만명 혜택
-투자유치 170만달러 이상...선-후진국 가격 차별화로 제품 기부도 활발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제 목표는 철분 결핍에 시달리는 세계 모든 가정이 ‘쇠 물고기’를 이용해 도움을 얻는 것입니다.”

2014년 7월, 비영리 재단 테드(TED)가 마련한 강연무대. 당시 27세였던 청년 개빈 암스트롱(Gavin Armstrong)의 목소리는 긴장한 듯 떨렸다. 사회적 기업 ‘럭키아이언피쉬(Lucky Iron Fish)’를 창업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사회적기업 <럭키아이언피쉬> 창업자 개빈 암스트롱 [출처 = 디 온타리오]

생물의학 박사과정생이기도 한 이 젊은이의 창업 이유는 구체적이고 명확하다. 철분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을 ‘효과적으로’ 돕는 것. 

철(Iron)은 인체 5대 영양소인 미네랄에 속한다. 부족하면 세포에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철분 결핍 인구는 전 세계 35억명(2008년 기준)이다. 이 가운데 20억명은 빈혈 증세를 겪고 있다.

그래서 암스트롱의 회사가 만든 건 물고기 모양의 값싼 쇳덩어리다. 음식을 끓이거나 밥을 지을 때 ‘쇠 물고기’를 10분 정도 넣으면 된다. 이 간단한 방법으로 한 가족(4∼5명)의 일일 철분섭취량 75%를 충족한다. 효과는 4년 간 실험으로 입증됐다. 가격은 일반 철분 보충제 6분의1 수준이다.

암스트롱의 회사가 유치한 투자금 규모도 100만달러 이상이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 단순한 ‘약장수’일까. 아니면 큰 꿈을 차근차근 이루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일까.

▶장학금에 각종 경력…승승장구(?)한 어린시절=암스트롱 측이 작성한 이력서에 따르면 그는 천재 수준의 학생은 아니었지만 장학금 획득 기록이 상당하다. 고교ㆍ학부ㆍ대학원을 거치며 경력도 착실히 쌓았다.

1987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그는 2001년 온타리오 주(州) 노틀담 카톨릭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이 학교는 현지 민간연구소 프레이저 인스티튜트가 평가한 현지 고등학교 랭킹 상위 10%수준에 속한다. 이 때 그는 경영 분야에 남다른 흥미를 보였다.

2005년 ‘밀레니엄 대학 입학 장학금(Millennium University Entry Scholarship)’을 수령한 그는 2006년 구엘프(Guelph)대학에 둥지를 틀었다. 세계 랭킹 200∼300위 권에 속한 이 학교 학부시절 그가 택한 전공은 마케팅이었다. 이 때부터 그는 기아와 질병 퇴치에 관심을 보인다. 

개빈 암스트롱이 걸어온 길

대학원 진학 무렵인 2011년부터 암스트롱은 기아문제에 천착한 학생으로 낼 수 있는 각종 잠재력을 발산했다. 캐나다 학생 최초로 국제 구호단체 스톱헝거나우(Stop Hunger Now)가 주는 리더십 상을 받았다. 같은 해엔 학생 수 2만여명인 구엘프 대학이 선정한 ‘성공한 젊은 동문 40인’에 뽑히기도 했다. 국내외 각종 학회에 나가 기아관련 발표를 이어간 것도 이 시기다.

▶‘저소득층 빈혈 구제’에 꽂혀 창업결심=농촌계획 및 개발 분야 석사를 마친 암스트롱은 2012년 구엘프 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전공은 생물의학이었다. 

그가 박사과정에 합류한 시기는 지도교수와 동료들이 2008년부터 진행하던 철분 결핍증 구제 관련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때였다. 비싼 철분 보충제 대신 값 싸고 간단히 쓸 쇳덩어리를 고안했다. 끓는 요리에 넣었다 빼면 그만이다. 저개발국 빈곤층의 빈혈과 영양결핍을 해결할 방법이었다. 

요리할 때 철분보충을 위해 아이언피쉬(쇠물고기)를 넣은 모습

당시 연구진이 이 방법을 최초로 적용하려 했던 곳은 캄보디아다. 이 나라는 인구 40% 이상인 690만명 정도가 철분결핍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손실규모는 연간 700억달러에 달했다.

2012년 12월 암스트롱은 곧바로 동료들과 연구진을 설득해 사회적 기업 창업 준비에 나섰다. 그는 “(이 물건은) 많이 만들기만 하면 철분 결핍증세가 있는 캄보디아 국민, 그리고 세계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아이언피쉬를 들고 있는 캄보디아 주민

그는 우선 자본금 마련에 박차를 가했다. 캐나다 정부에서 35만9000달러를 지원받았다. 학교에선 13만달러를 조달했다. 연구진이 만든 쇳덩어리 모양은 첫 마케팅 대상지 캄보디아를 겨냥해 물고기로 정했다. 이 나라에서 물고기는 행운의 상징이어서다. 회사 이름도 ‘럭키아이언피쉬’로 정했다. 연구진 대부분은 회사 경영 및 이사진에 합류했다.

▶ “오만한 실패”…첫 1년 간 우여곡절 끝 성공=암스트롱은 쇠물고기를 만들어 캄보디아 현지로 갔다. 가격은 1개당 3달러(4300원)로 정했다. 가정방문을 통해 팔기로 했다. 그러나 물건은 한 달에 하나 팔기도 벅찼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지 사정을 잘 몰랐다. 창업자조차 “오만한 실패였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물건을 팔러 마을에 가기만 했지 사람들 마음을 얻진 못했다. 게다가 캄보디아 정부는 시민들에게 철분보충제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었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제품이었지만 사람들은 ‘공짜’에 혹해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암스트롱은 마케팅 방식을 처음부터 뜯어고쳤다. 마을과 이미 좋은 관계를 맺고있던 구호단체와 협조하기 시작했다. ‘쇠물고기’에 회의적이던 비정부기구(NGO)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아이언피쉬 제품 모습


결과는 좋았다. 매출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2013년 1000개를 생산하는데 그쳤지만, 1년 뒤 1만개를 만들어 캄보디아에 공급했다. 

2014년부턴 투자금도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 해 7월 암스트롱은 “8개월 만에 100만달러 이상 모으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기준 럭키아이언피쉬가 유치한 자금은 최소 170만달러(21억원)로 집계됐다.

▶구제인원 10만명 육박…“사업 목적은 사회문제 해결”= 29세가 된 청년의 사회적 사업은 지금도 잘 되고 있다. 지난해 럭키아이언피쉬의 쇠물고기는 5만개 가량 판매됐다. 전년 대비 5배 수준이다. 이 제품으로 철분결핍 상태를 벗어난 사람들은 캄보디아에서만 1만5000가구 이상, 8만9000명에 이른다. 

개빈 암스트롱

럭키아이언피쉬는 ‘사회적 기업’이란 창업 취지에 걸맞은 마케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역별로 차별화한 가격정책이다. 캄보디아같은 저소득 국가에서 팔고있는 제품가격은 캐나다 등 선진국의 5분의 1수준이다.
 
또한 최저소득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특히 캐나다에선 쇠물고기 1개를 사면 3개를 캄보디아에 무료로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럭키아이언피쉬는 2014년 ‘B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았다. 이는 미국 비영리기관 B 랩(B-Lab)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지난해까지 세계 41개국 1381개 기업이 해당 인증을 획득했다.

럭키아이언피쉬는 2014년 사회적기업 국제인증인 ‘B코퍼레이션’을 획득했다 [출처 = 럭키아이언피쉬 홈페이지]


그러나 29세 청년 기업가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내걸었던 ‘철분결핍 1가구 당 쇠물고기 1개’ 목표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사업을 하는 목적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밝힌 암스트롱의 전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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