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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10억 보험금 노리고 아내 살해 혐의 30대 무죄
- 檢, 단순화재서 유족 진정으로 남편 기소
- 가스 새어나오게 한 뒤 폭발로 아내 사망
- 法 “남편이 했다고 보기 어렵다” 증거 불충분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누군가 일부러 조작하지 않으면 빠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집안 가스레인지 호스가 분리돼 폭발사고로 아내가 사망했다. 남편은 아내 사망 직전 가입한 생명보험으로 10억원의 보험금을 받게 됐다. 검찰은 남편을 살인혐의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으로 봤다. 대법원까지 상고심을 진행했지만 무죄를 판단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희대)는 살인,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고모(36)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씨는 2008년 3월 11일 오후 4시 30분에서 5시 사이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자신의 아파트 주방에서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가스호스를 분리하고, 가스배관 중간밸브를 반 정도 열어 가스가 새어 나오도록 한 후, 가스레인지 옆에 굴밥 냄비를 올려놓은 휴대용 가스버너를 놓아 아내를 사망토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내는 같은 날 오후 5시 40∼45분께 저녁 준비를 위해 이 휴대용 가스버너를 무심코 켰고, 가스가 폭발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애초 사건은 단순 화재로 결론났다. 하지만 고씨의 장인은 “사위가 딸 앞으로 생명보험을 너무 많이 든 점이 이상하다”고 진정을 내면서, 2년여 만에 재조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가스호스 연결이음쇠와 가스 접속구는 정상적으로 체결돼 있던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누군가 고의로 제거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견 등을 바탕으로 2012년 7월 고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특히 고씨가 아내의 사망 직전 가입한 생명보험사로부터 모두 10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예정이었던 점을 주목했다. 고씨는 신혼 때 가입한 생명보험사로부터 3억원을 받고, 사망 두 달 전 추가로 가입한 보험사에서 7억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하지만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가스호스가 화재 발생 직전 인위적으로 분리된 것인지에 대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완벽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추론 과정에 지나친 비약이 존재해 객관적 신빙성이 부여될 만한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가스누출이 화재로부터 약 1시간 전인 오후 4시30분에서 5시 사이에 있었다는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명확히 판단할 증거가 없고, 아내가 식사를 준비할 때 즈음 친구가 방문할 예정이었던 점도 주목했다. 아내 외에 친구까지 죽일 수 있는 상황을 의도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범행 동기로 지목된 생명보험금에 대해서는 법원은 입장이 달랐다.

재판부는 고씨가 아내 명의로 A생명보험을 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B생명보험에 든 이유에 대해 “고교 동창의 권유로 A생명보험을 들었으나 인터넷을 통해 보다 저렴하면서 보장이 잘 되는 B생명보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교 동창의 모집 수수료가 보장된 이후 A생명보험을 해지할 생각으로 추가적으로 가입한 경위가 인정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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