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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진의 예고편] 여자가 된 남자, ‘대니쉬 걸’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미끌미끌한 스타킹이 발에 닿고, 드레스에 달린 레이스의 감촉이 뭔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1920년대 덴마크에 살고 있는 젊은 화가 아이나(에디 레드메인)는 역시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그리던 발레리나 초상화의 발 모델이 되어 준다.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 마주한 아이나는 이날부터 세계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받고 재탄생한 여인 ‘릴리 엘베’가 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에 몸을 싣는다.

영화 ‘대니쉬 걸’(감독 톰 후퍼)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남성 아이나 베게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지금보다 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던 시대, ‘정신분열증’, ‘성 도착증’이라는 이름으로 성적 지향성이 재단 당하던 시대였다. 아이나는 “언제나 거기 있던” 내면의 릴리를 발견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껍데기일 뿐인 에이나르의 육체를 벗고 진짜 릴리가 되려는 위대한 용기를 낸다.

아이너는 전신 거울 앞에서 나신을 비춰보면서 여성의 몸을 갈망하고, 사창가를 찾아가 유리창 너머 창녀의 몸짓을 관찰하고 따라하면서 여성의 선을 모사한다. 여장을 하고 다녀온 사교모임에서 만난 남자와 두어 번 데이트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즐거움을 느낀다.

“내가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아이너 옆에서 “나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지해 주는 아내 게르다의 심정은 사실 복잡하다. 아이다가 스타킹의 감촉을 새롭게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 여장을 하고 모임에 나가자고 제안한 그는 아이다가 혼란을 느끼고 괴로워하자 죄책감을 느낀다. 사라지는 남편의 모습을 붙잡고 싶은 외로움에도 몸서리친다. 그러나 변함없는 헌신으로 그를 돌본다. 릴리와 릴리를 있게 한 게르다의 역동적인 관계가 마음을 울린다. 


남성에서 여성이 되는, 이토록 입체적인 인물이 또 있을까. 지난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동시 석권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은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유약하지만 강한 내면을 지닌 아이너와 릴리를 눈부시게 표현했다. 올해도 그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에서 ‘대니쉬 걸’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게르다 역의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스웨덴 출신의 배우로 할리우드 최고의 떠오르는 신예다. 역시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레 미제라블’, ‘킹스 스피치’의 톰 하퍼 감독의 연출과 192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과 프랑스 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 낸 미술팀과 의상팀의 활약도 볼만하다. 2월18일 개봉. 119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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