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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도현정]유커가 한국을 외면하는 이유
벌써 5년 전 일이다. 태국 푸켓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찍어놓은 휴대폰 동영상에는 중국인 여행객들의 왁자지껄한 말소리에 묻혀 우리 가족의 음성이 전혀 담기지 않아 당황했다. 어떤 동영상이건 마찬가지였다. 어딜가나 중국인 여행객들의 웅성대는 소리를 피할 수 없었으니….

그 때 기자의 머리 속에는 ‘중국 사람들이 얼마나 많길래, 전 세계에 중국인 여행객 없는 곳이 없을까’ 하는 의문이 일 정도였다. 당시 업무 특성상 명동을 자주 오가다 보니 어떤 날은 한국인보다 중국인들을 더 많이 볼 정도였다.

5년여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발걸음을 끊었다는 유커들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지 반 년이 지나도록 돌아올 줄 모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메르스가 문제가 아니다. 돌아보면 문제는 많다. 쇼핑 외에는 할 게 없다는 빈약한 관광 인프라,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다니며 하루에 7~8번씩 쇼핑만 시킨다는 싸구려 관광, 정체불명의 모텔촌으로 가야 하는 취약한 숙박시설, 고질적인 바가지 상흔까지…. 꼽아보니 그 동안 유커들의 방문이 늘었던 게 신기할 정도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유커의 한국 재방문율은 2011년 32%에서 2014년 20%로 낮아졌다. 체류기간도 10일에서 6일 여로 짧아졌다. 코트라의 조사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유커들이 많이 찾은 관광지 순위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반면 2013년까지 7위였던 일본은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유통가는 지난해 놓쳤던 유커들을 올해 2014년 수준까지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K세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깜짝 세일 몇 번으로 마음 변한 유커들을 잡기는 역부족이다. 지난해에만 1억3500만명이 해외로 나가 태국, 홍콩, 일본 등을 경험한 유커들을 상대하려면 이들 경쟁국보다 뛰어난 관광 기반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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