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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육아만사성시대-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평안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의미다. 맞벌이 부부 비율이 높은 오늘날 직장인들에게는 ‘육아만사성’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육아의 문제로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최근 가정에서는 육아, 직장에서는 업무와 씨름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모 방송국 다큐멘터리가 연초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다. 사회적 인식이나 현실이 녹록치 않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유능한 워킹맘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루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남성위주 직업영역이었던 자원개발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유능한 여성 인력들이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전 세계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가는 자원공기업 직원의 업무수행에는 여성이나 남성 구분이 없다. 자원이 있는 곳이라면 해발 3000미터가 넘는 남미의 고산지대든, 아프리카 정글 숲이든, 동남아시아 열대 밀림지역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고산병과 말라리아와 같은 풍토병을 이겨내면서 주어진 지질조사, 탐사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런 역량을 갖춘 여성인력은 기업의 중요한 인적자산이며 동시에 국가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들이 육아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단절되고,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워킹대드, 슈퍼파파라는 말은 없지만 ‘워킹맘’, ‘슈퍼맘’이란 이름으로 여성 직장인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서 ‘성공’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회의 압박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다행히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가족친화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 모두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어 고무적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일과 가정 양립을 통한 가족친화문화 조성 노력을 인정받아 2013년도에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되었다. 광물공사는 직원들이 가족공동체 행사에 참여하거나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도록 매월 가정의 날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주혁신도시 주변에 주말농장을 운영하여 가족과 함께 농작물을 함께 재배하며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이밖에도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일터를 경험해볼 수 있는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행사, 육아휴직기간 확대, 가족돌봄 휴직제도 및 유연근무제 확대 등 다양한 가족관계증진 및 모성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년부터 상시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인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설치ㆍ운영해야하는 직장어린이집은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다. 아이와 함께 출근해서 지척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은 마음이 놓인다.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받을 뿐만 아니라,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아이들을 보러갈 수 있기에 일터에서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직원들의 업무효율성과 만족도가 모두 올라가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당장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향후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유능한 직원들을 키우고 또 보호할 것이다. 그렇게 기업의 생산성이 증진되면 경제 활성화가 이루어져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여성 직장인들의 시름을 덜어주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여성 혼자 외롭게 싸워서 될 일이 아니다. 육아와 보육이 더 이상 개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가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출산 및 육아지원 등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하는 등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진정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육아의 고민이 줄어들어 더이상 ‘육아만사성’이라는 말이 굳이 필요치 않은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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