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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풍 혹은 역풍, 선거판 뒤흔든 20년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또다시 북풍(北風)이다. 20대 총선을 불과 62일 앞둔 11일, 또다시 북풍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남북 대치 특수상황에서 역대로 북풍은 선거의 주요 변수로 부각됐다. 북풍의 20년 역사다. 이번 총선에서 변수로 떠오른 북풍이 미풍에 그칠지, 혹은 역풍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북풍의 역사는 길다. 북한 역시 선거판을 활용하듯 역대 총선이나 대선을 앞둔 시기마다 군사도발을 강행하는 등 선거에 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북한이 한국 정치의 고정변수였던 대치 시기에선 북풍이란 용어 자체가 불필요했다. 역으로 북풍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건 1998년 햇볕정책을 앞세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전후부터다. 야권이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면서 역으로 북한의 도발은 정치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 당연한 상황이 특수한 상황으로 바뀌게 된 셈이다.

1996년 15대 총선(4월 11일)을 목전에 두고 북한은 그해 4월 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병력을 투입하는 무력도발을 벌였다.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1998년 대선까지 대북 정책은 정치권의 주요한 대립각이 됐다.

북풍이 항상 북한의 도발만 가져온 건 아니다. 2000년 16대 총선을 단 3일 앞두고 남북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전격 발표했다. 상상키 어려운 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16대 총선에서 북풍은 진보진영에 큰 보탬이 됐다.

햇볕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이던 북풍은 예측불가 행보를 이어갔다. 2002년 16대 대선 일주일 전에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핵 시설을 재가동했다. 국제적인 파장과 함께 햇볕정책 무용론도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17대 대선을 앞두고는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했다. 대북 긴장이 임계치를 넘나들 즈음이 되면 화해모드를 꾀하는 북풍이다.

다시 보수 진영으로 정권이 넘어간 17대 대선 이후로는 ‘북풍 = 도발’이 자리 잡았다. 18대 총선(2008년 4월 9일)을 열흘 남짓 앞둔 3월27일에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교류협력 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들을 전원 철수시키고, 곧바로 서해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3차례에 걸쳐 발사했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직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총선을 사흘 앞두고 북한은 외신에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를 공개했다. 총선을 전후해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하며 한층 노골적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대선을 앞두고는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발표했고, 당시 국가정보원은 이 미사일 발사 실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20대 총선 직전도 북풍은 또 몰아쳤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설 연휴 기간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어갔다. 당장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이란 강경책을 내놨고, 이를 두고 여야 간 이견도 불거지는 형국이다. 총선이 불과 60여일 남은 만큼 여야의 대북 정책 기조도 총선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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