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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값등록금 허와 실①] 학생지원비 깎고 장학금 줄이고...결국 조삼모사
등록금 동결 대신 강의시간 줄이고…등록금 못올리자 입학금 인상하는 꼼수…장학금 확충했다고? 원래 줬던 것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 조영은(19ㆍ여) 씨. 설렘으로 가득찬 새내기에게 최근 궁금증이 생겼다. 지난해 봤던 정부 광고에서 ‘반값등록금’을 달성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 받아든 고지서에는 이를 전혀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헤럴드경제DB]

조 씨가 1학기 등록금으로 내야 하는 금액은 입학금 103만원을 포함해 470만원에 이른다.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이 낮아졌다는 친구 역시 반값은커녕 15%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고 한다. 조 씨는 “도대체 어떤 면에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정부가 반값등록금을 완전 실현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가운데 대학 등록금 납부 기간을 맞아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혜택을 실감하는 사람이 실제 많지 않은데다, 일선 대학들이 입학금은 올리면서 장학금이나 학생지원비 등을 줄이며 실제 부담은 커지는게 아니냐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은 산술적으로 실현됐다. 한 해 총 등록금 14조원 중 정부와 대학이 지원하는 규모는 7조원. 정부는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금 등으로 총 3조9000억원, 대학은 등록금 인하 및 교내외 장학금 확충으로 총 3조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육당국은 등록금의 경우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 반값등록금 효과를 냈다고 반박했다. 또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입학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대학이 마련했다는 3조1000억원 중 2조원은 지난 2012년 이전에도 지급됐던 장학금 금액으로, 실제 재원이 늘어난 폭이 크지 않다”며 “반값등록금 재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장학금의 경우 1원 이상 받아본 학생이 전체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체감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에 치우친 장학금 지원으로 다른 계층은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하는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공부할 시간이 적어 장학금 수혜 성적을 맞추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염기성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은 참여연대 측이 주장하는 서울시립대식 반값등록금과는 다른 개념"이라며 "재원에 맞춰 지원이 받으시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집중되는 형식으로 반값등록금 제도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값등록금의 혜택을 보는 학생들이 제한적인 가운데 일부 대학들은 동결된 등록금 대신 입학금을 올려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4년제 대학을 분석해보면 수업료는 2013년 705만5665원에서 2015년 707만2438원으로 0.24% 상승하는데 그쳤다. 입학금은 같은 기간 70만1353원에서 71만1304원으로 1.42%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1%임을 감안하면 학생들의 부담이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출처=헤럴드경제DB]
[출처=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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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육부는 입학금의 경우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3년 사이 국공립대학은 2.4%, 사립대학은 0.6%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염기성 과장은 "교육부는 매년 말 '대학 등록금 인상률 산정방법'을 공고하고 있다"며 "평균등록금 산출 시 등록금 인상률과 입학금 인상률을 같이 구해 인상률을 조정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몇몇 대학은 교내장학금과 학생지원비를 줄이기도 했다.

경희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한 2012년 이후 지난 4년간 교내 장학금ㆍ실험실습비ㆍ학생지원비 등 학생지원 예산 79억5000만원을 삭감, 등록금이 4% 인상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교내 장학금도 2012년부터 2년 동안 6억원 가까이 줄였다.

한양대는 올해 예산에서 4억원가량의 학생지원 예산과 3000만원가량의 경비용역 예산을 삭감했다.

안진걸 반값등록금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전국 사립대학의 경우 현재 12조원이 넘는 적립금이 쌓여 있고, 등록금 인하ㆍ동결 시 정부로부터 이에 상응하는 보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학생지원비를 깎거나 수업시간을 16주에서 15주로 줄여 비용을 줄이고, 학생이 저항하지 못하는 입학금을 올리는 등 꼼수를 쓰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교육부가 나서 대학의 꼼수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고, 대학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도 항의하는 움직임이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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