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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in]명절 스트레스에 변비까지 ‘이런 변이’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30대 직장인 A 씨는 설 명절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은커녕 스트레스만 잔뜩 받고 돌아왔다. “왜 시집 안가냐”는 오랜만에 보는 작은 아버지의 성화부터 “선을 보라”는 엄마의 잔소리까지 웃어넘기기에 한계가 넘었다. 게다가 모처럼 다이어트는 잊고 명절 기름진 음식으로 배를 채우다보니 속만 더부룩하다. 설날인 어제부터는 한 시간씩 화장실에 앉아만 있지만 기다리는 소식은 오지 않는다. 안 그래도 최근 부쩍 심해진 변비 때문에 괴로운 A 씨는 피부가 부쩍 거칠어진 느낌이다. 한번 신호가 오면 수시로 화장실에 달려가야 한다. 때를 놓치면 며칠씩 화장실을 가지 못하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볼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다지 개운하지는 않다.


명절은 풍요로움의 대명사이지만,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명절 때 받는 스트레스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증상을 겪는 ‘명절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바로 소화불량과 설사, 변비 등을 동반하는 소화기 증상이다. 지난해 한 병원에서 20~60대 성인남녀 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2%가 명절증후군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32%가 소화불량, 복통, 설사,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을 꼽았으며 근육통·관절통(25%), 우울·짜증·무기력(23%), 두통(13%), 기타 증상(7%)이 뒤를 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소화기 증상을 겪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트레스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자율신경의 영향을 받고, 자율신경은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자극이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면 위의 운동을 방해하고 이게 소화불량이나 복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볼일’을 잘 못 보면 참 답답하다. 말 못할 배변장애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쾌변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하다.

▶겨우 변비?=변비는 배변 횟수와 양이 줄고 대변을 보기 힘든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일주일에 2회 이하의 변을 보거나 △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주어야 하거나 △지나치게 굳어서 딱딱한 대변을 보거나 △대변을 보고도 잔변감이 남아있는 경우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것을 모두 변비라고 한다.

변비는 흔한 만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겨우 변비’라고 생각하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변비가 심하면 복통이 있을 수 있고, 복부 팽만감, 조기 포만감, 가스 팽창감이 나타나거나 오심 및 구토,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변비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합병증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 치질로, 변비 때문에 변이 딱딱해지면 배변 시 강하게 힘을 주어야하기 때문에 항문이 항문 밖으로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변을 보다가 항문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생기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장폐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 즉 대변이 장관 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수분이 계속 흡수되어 점점 단단해지고 이어서 장관을 틀어막은 것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극심한 복통, 구토를 동반한다.

▶변비도 종류가 있다?=변비는 우선 크게 ‘기질성 변비’와 ‘기능성 변비’로 나뉜다. 기질성 변비는 대장암이나 게실염 등의 염증, 허혈성 대장염 등 대장이 구조적으로 막혀서 생기는 변비를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근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기능성 변비는 기질성 변비와 달리 특정 질환은 없지만 대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변비를 말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기능성 변비는 이완성 변비, 경련성 변비, 직장형 변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완성 변비’는 대장의 운동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것으로, 대장운동이 약해지면서 변을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고 장 속에 담고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완성 변비로 진단되면 운동력이 떨어진 대장을 자극하여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약물 치료를 주로 하게 된다. 이때 산책 등의 운동과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식이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련성 변비’는 말 그대로 대장이 경련을 일으켜 생기는 변비다. 변을 보고 싶어도 배에 가스만 찰 뿐 쉽게 변이 나오지 않는다. 경련성 변비는 스트레스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또한 평소 장에 무리를 주는 술이나 콜라, 인스턴트 음식 등은 삼가야 하며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의 섭취가 권유된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잘 내려오다가 갑자기 직장에 걸려 더 이상 내려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배변 시 항문괄약근이 이완되어 대변이 나오는데, 직장형 변비의 경우 괄약근의 이완이 잘 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긴장되면서 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변의를 습관적으로 억제해 감각기능을 상실하는 등 나쁜 배변습관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대개 수술을 통해 괄약근의 일부를 절개하거나, 항문을 열 수 있도록 바이오피드백이라는 항문이완요법이 사용된다.

▶변비 예방?=변비 예방을 위해 꼭 지켜야 할 수칙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습관을 버리고 변을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변의가 왔을 때 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대장에 서 발생한 신호를 무시하거나 참아 버리면 이후 대장은 적절한 신호를 발생시키기를 망설이게 돼 변비가 생기기 쉽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증진의원 윤지영 과장은 “변비 예방을 위해서 아침식사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아침을 거르면 변비가 쉽게 온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위와 대장의 반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식물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섬유소는 수분을 흡수해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발암물질을 흡착해 대변과 함께 내보내므로 직장암 발생도 억제한다”고 조언했다.

고추, 향신료, 진한 조미료, 커피, 홍차, 진한 녹차 등 카페인 함량이 많은 음료, 농도가 진한 고기국물, 생선국물 등은 변비를 부른다. 단음식도 장운동을 저하한다. 방부제, 착색제, 감미료가 보태진 가공식품 또한 변비의 요인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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