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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 X파일] 개소세 재인하에 웃지 못하는 수입차들,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지난 3일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발표 직후 자동차 업계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국산차 브랜드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개소세 인하폭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정부의 발표 후 10분, 20분 내 구체적인 할인금액이 적시된 자료가 하나 둘 나왔습니다.

다만 수입차 브랜드들은 유일하게 한국닛산만 인하액을 공지했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기자가 일일이 전화해서 할인액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그러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저희는 개소세가 인하될거라는 소식을 전혀 몰랐어요. 정부가 오늘 발표한걸 보고 지금 긴급 회의가 소집중이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네요” 그러면서 “아니 대체 국산차 브랜드들은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던 건가요?” 저한테 되물었습니다.

폴크스바겐 골프

수입차 브랜드 대부분은 개소세 재인하의 낌새 조차 눈치 못챘던 것으로 보입니다. 개소세 재인하 사실을 몰랐던건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지만, 문제는 돈이 걸려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번 개소세 인하를 결정하면서, 1월에 세제 혜택 없이 차를 산 소비자들에게도 해당 자동차 회사가 개소세 할인분(1.5%)을 소급해 환급하라고 공지했습니다.

이렇게 될 걸 예견 못한 수입차 중 일부 브랜드들은 지난 1월 한달간 개소세 인하 혜택을 자체적으로 연장 적용해 차를 팔았습니다. 즉 공식적인 개소세 인하는 끝났지만, 해당 브랜드가 세금을 깎아준다는 명분으로 차량가를 낮추겠다는 내용이었죠. 

BMW 7시리즈

지난 1월 폭스바겐코리아는 골프 2.0 TDI 모델을 3430만원에서 개소세 인하분 45만원을 낮추고, 거기에 60개월 무이자 할인 혜택까지 적용해 팔았습니다. 그외 티구안, CC 등 대표 모델에도 이같은 프로모션이 적용됐습니다.

BMW코리아도 1월 비수기를 맞아 한달간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차 값을 최대 440만원 할인하고, BMW와 미니 전 차종에 개소세 인하분을 추가로 적용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지난 1월 한달간 폴크스바겐은1660대, BMW는 2410대 팔았습니다.

나름 브랜드 입장에선 뼈와 살을 깎는 할인폭으로 고객을 유인한건데, 정부가 뒤늦게 지난 1월 구매 고객들에게 개소세 인하분 만큼을 환급해 주라고 지시한겁니다. 업체 입장에선 이미 깎아준거나 다름없는데,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세금을 다시 돌려주라는 얘기니 당연히 억울하겠죠, 말이 안되는거 같기도 하구요.

이에 1월 한달간 자체적으로 개소세 인하 연장을 내걸었던 BMW, 폴크스바겐, 인피니티, 볼보 등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세금 증가분 만큼을 이미 회사가 부담해 할인한거나 마찬가지라 추가 환급은 불가하다”는 입장입니다. 즉 이들 브랜드 입장에선 1월 한달간 개소세 인하 혜택을 연장해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인데, 12월로 종료된 세금 인하 혜택만큼 해당 브랜드의 자체 프로모션으로 차값을 낮춰 팔았으니 당연히 개소세 인하가 반영됐다는 겁니다.

폴크스바겐 측은 “이미 1월에 할인해 준 금액이 개소세 인하분이 ‘선(先)반영’ 된거라 환불은 불가하다”고 공식 코멘트했습니다. 1월 개소세 인하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인피니티 측도 “이번 환급은 낸 세금에 대해 돌려주는 개념인데, 애초에 우리가 개소세 인하분에 상응하는 돈을 부담한 개념이라 환급하라는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BMW와 볼보도 내부적으로 환급 불가 방침을 정했습니다.

쟁점은 해당 브랜드의 자체 프로모션 격으로 ‘개소세 인하’ 구호를 내건 것이 법적으로도 개소세를 인하해 팔았다는 증거가 되느냐 여부입니다. 만일 해당 업체들이 소비자의 세금을 대납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법적 효력을 지닐 것입니다. 차량 판매 계약서 등에 ‘개별소비세 인상분 대납’이 명기돼 있다면 당연히 추가 환급 의무는 없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업체들이 일상적인 ‘프로모션’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알렸을 뿐 세금 대납을 ‘법률적으로 유효한 방식으로’ 명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소비자 입장에선 세율이 내려간 만큼 인하를 요구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죠.

어찌보면 수입차 브랜드 입장에선 앞날을 예견(?)하지 못해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1월 한달간 개소세가 재인하되길 기다렸으면 될 일인데, 개소세 혜택을 연장하는 바람에. 기분이 나쁘고 손해도 생기는 상황인거죠.

하지만 소비자들도 억울합니다. 일부 고객은 “애초에 딜러를 통해 구매할 때 할인금액이 개소세 인하분인지 프로모션인지 명확하게 구분이 안되는 상태로 차를 샀다”며 “세금을 회사(폴크스바겐)가 대신 내줬다는 증거가 없는데 내줬으니 환급이 안된다는건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조계에 자문해봤습니다. 원칙적으론 환급하는게 옳다는 입장이 주를 이룹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폴크스바겐이나 다른 업체들이 1월 개소세 인하 명분으로 깎아준 건 정확히 개소세가 아니고 일종의 할인”이라며 “정부의 개소세 인하분 환급의 주체는 차를 산 사람이므로, 해당 브랜드가 그만큼을 돌려주는 게 맞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법률가는 “차를 팔 때 딜러가 명확히 개소세 인하분 만큼의 가격인하라는 점을 명시했고, 이에 대한 증거가 확실하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보도자료에 개소세 인하분을 추가 적용한다는 내용을 공개한 수준으로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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