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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스트레스]“취업” 등 ‘잔소리’ 피해 커피숍 등 ‘도피처行’
-“한자리 모인 친척들 덕담ㆍ주변과 비교…큰 부담 돼”
-면구스런 취준생, 큰집 대신 커피숍ㆍ도서관 등으로
-격무 지친 취업자들도 고향 대신 자취방 등에서 ‘방콕’


[헤럴드경제=배두헌ㆍ박혜림 기자]“커피숍 가서 혼자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을 읽을까 해요. 그래도 연휴니까요. 정 안 되면 도서관 가서 책 봐야죠.” 경기 고양에 사는 한 서울 지역 사립대 졸업생 최모(30) 씨는 이번 연휴 때 충남 천안의 큰집 대신 ‘방콕’을 택했다. 우리 나이로 서른이 넘도록 취업을 못해 면구스러운데다, 친지들에게 덕담과 위로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시간이 나면 근처 커피숍이나 학교 또는 지역 도서관에 갈 생각이다. 다행히 상당수 커피숍은 연휴에도 문을 연다.

최씨처럼 최근 경기 불황 탓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취준생(취업 준비생)으로 전락한 상당수 20ㆍ30대가 닷새간 이어지는 설 연휴 기간을 맞아 커피숍, 도서관으로 ‘도피처’를 찾고 있다. 취업한 또래 친구, 친척과 비교하는 집안 어른들의 비교가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운 좋게 취업한 젊은층 취업자들 중에서도 근무 스트레스 등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 치이다 보니 ‘번아웃 신드롬(burnout syndromeㆍ탈진 증후군)’에 빠져 집이나 커피숍 등에서 조용히 연휴를 보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기 수원의 한 중견기업을 1년 가량 다니다 그만 두고 서울에서 자취하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오모(28ㆍ여) 씨는 연휴 중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친구들과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며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각각 여고ㆍ대학 때 친구 두 그룹이다. 부산 본가에 있다 보면 친척과 가족과 있다 보면 역시 취업 스트레스를 떨치기가 쉽지 않아서다.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고 밤에 가볍게 한잔 나누며 회포를 풀다 보면 수험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오씨는 말했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최씨처럼 인근 도서관이나 커피숍에 가서 간단히 공부를 할 생각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의 한 홍보 업체에 다니기 시작한 김모(31ㆍ여) 씨는 입사 후 첫 연휴를 조용히 서울의 자취방에서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연휴 첫날인 지난 6일에 근무를 한 데다, 오는 10일에도 출근해 간단히 준비를 해야 해서 연휴가 사실상 사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잦은 야근 등 두 달간의 치열했던 근무도 김씨를 지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대구에 있는 부모님께는 “4월 아버지 생신 때 꼭 월차를 내서 가 보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씨는 “첫 직장인데, 신경을 쓰다 보니 심신이 지쳐 건강도 다소 나빠진 것 같다”며 “중요한 이유는 늦게 들어간 첫 직장인데 벌써부터 결혼 이야기가 나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속내르 털어놨다. 사흘동안 김씨는 집과 인근 커피숍에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영화와 미드(미국 드라마)를 볼 계획에 부풀어 있다.

이 같은 젊은층의 ’연휴 도피‘를 위한 ’도피처‘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번 설 연휴 중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등 유명 커피숍들은 대부분 문을 열 계획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일부 가맹점은 점주의 판단에 따라 설날 당일에 문을 닫거나 영업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다“면서도 ”직영점과 상당수 가맹점이 평소처럼 문을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의 한 커피숍 가맹점 점주는 “명절 때 편하게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을 찾는 젊은층 수요가 많다는 걸 최근 알았다”며 “지난해 추석과 달리 이번 설에는 당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나흘은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어학원도 ’도피처‘을 열었다. 파고다아카데미는 지난 6일부터 문을 연 ’명절대피소‘를 오는 9일까지 4일간 운영할 예정이다. 취준생을 위해 강의실, 스터디룸, 강의실 등을 개방하는 행사다. 이 학원은 이번 설 연휴 때 강남, 종로, 신촌, 여의도(이상 서울), 서면, 대연, 부산대(이상 부산), 부평(인천)까지 전국 8개 지역의 분원에 ’명절대피소‘를 마련했다. 방문자들에게는 빵, 음료 등 주전부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학원 관계자는 “학업, 취업 등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명절대피소’를 운영해 왔는데 연휴 때마다 호응이 좋았다”며 “연휴전에 벌써 600여 명이나 예약했다. 1000명 가까이 ’명절대피소‘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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