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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이라 괴롭다] 네 인생이지만 우리도 지분있다… 솔로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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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혼자’라고 움츠리고만 있는 세상이 아니다. 세상은 개인에게 관대해졌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은 처량해보이지도, 외로워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명절이 되면 다르다. 간만에 만난 친척들, 하물며 가족들까지도 시집ㆍ장가는 언제가는지,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자꾸만 묻는다. 뻔히 알고 당한 공격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방황했던 10~20대를 지나 이제야 인생을 다지며 살아가고 있는 성인 남녀에게 ‘싱글’이라는 현재가 주는 부담감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나는 사람 누구니’…프라이버시는 어디로?=“최대한 늦게 내려갈거야”. 서울 생활을 하는 고향친구 A를 만났다. 타지에서 올라와 외로운 타지생활을 함께 해 온 이다. 고향에 언제 내려갈 거냐는 질문에 A는 “되도록이면 고향에 짧게 있고 싶다”고 답했다. 막 30대에 접어든 A는 회사에서 이제야 자리잡으면서 자기 생활을 시작하고 있는 터다. 사회인으로서 일상이 익숙해지면서 여행도 다니고 취미생활도 즐긴다. 힘들긴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내려가면 다 결혼 이야기 밖에 안하는데, 내가 열심히 사는 걸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한 소개팅 어플에서 25~35세 싱글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듣기 싫은 잔소리’로 “결혼을 언제하니”가 43%로 1위에 올랐다. 2위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두 번째로 듣기 싫은 잔소리는 “만나는 사람 있니”였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면 ‘연애’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정신무장을 해도 거침없는 질문공세를 당해내기란 쉽지 않다.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막무가내로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가족, 친지들을 막을 길도 없다. 30대 중반의 한 지인은 “결혼을 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결혼을 안하거나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그게 싫으면 결혼을 하든가, 피하든가 답은 둘 중 하나다”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혼이 필수는 아니잖아요=결혼은 선택사항이지만 ‘결혼적령기’를 지난 이들에게는 결혼이 강요된다.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명절인 것이다. 하지만 ‘누가 정했는지’ 알 길 없는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는 그 의미를 잃은지 오래다. 정작 평균 초혼 연령은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4세, 여자 29.8세다. 전년대비 각각 0.2세 상승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9세, 여자는 2.3세 높아졌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소위 ‘결혼적령기’에 결혼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남성의 경우 연령별로 혼인구성비를 보면 2014년 30대 초반의 혼인건수는 전년대비 6.6%, 20대 후반이 11% 감소했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대 후반 여성의 혼인건수는 같은해 전년대비 10.3% 감소했고 30대 초반은 4.5% 줄었다.

지금의 2030 세대에게 결혼이 필수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시장조사기관의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답은 30%에 불과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부담스러운 결혼비용, 끝을 모르고 치솟은 집값 등으로 결혼 준비 자체가 쉽지 않다. 결혼 후의 미래가 반드시 밝은 것도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남, 34) 씨는 “인생의 목표가 결혼이 돼야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내가 준비가 됐을 때,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의지로 결혼을 결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가족, 친척 어른들도 ‘다 잘 돼라고 하는 말’일테다. 하지만 말이든, 행동이든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문제다. 전 모(여, 31) 씨는 “잔소리도 애정이 있고 관심을 갖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관심을 가진다면 내가 결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도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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