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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의 딜레마… 저유가에 물가는 오히려 올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EU,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저유가 때문에 인플레율이 적정 수준까지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저유가에도 물가는 계속 뛰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는 저유가에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재정 수입의 절반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배럴 당 30달러 수준의 저유가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 러시아 경제도 동반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지난해 -3.7%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이에 루블화 가치가 2000년대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루블화 가치 폭락은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재앙이다. 러시아는 주요 공산품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 국가다. 따라서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수입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인플레 정도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6%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인플레율은 무려 13%에 이른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관리 목표인 4%의 3배에 달한다. 블룸버그가 개발도상국의 ‘미저리 인덱스(경제고통지수=실업률+인플레율)’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는 19%로 2년 전인 2014년 2월의 11.7%보다 급등해 4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토마즈 노에첼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러시아 국민들의 임금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에 지출할 자금이 전보다 더 줄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성장률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상황은 1970년대 세계 경제가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러시아 금융당국자들은 이 딜레마 속에서 마땅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를 살리자면 기준 금리를 내려야 하고, 인플레를 생각하면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어렵사리 기준금리를 11%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투자회사인 GAM의 팀 러브 대표는 “러시아의 사례는 원유에 관한 스토리의 핵심이다”며 “원유는 인플레이션과 루블화 가치 하락을 견인하며 러시아 경제를 악화시켜 러시아 국민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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