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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中 ‘반도체 굴기’ 한국 위협하는…굶주린 호랑이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 요즘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중국의 굶주린 호랑이’로 통하는 자오웨이궈(趙偉國ㆍ49) 칭화유니(淸華紫光)그룹 회장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는 국영 반도체 기업이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 산하다. 칭화유니는 현재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과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거침없는 인수ㆍ합병(M&A)에 나서면서 ‘굶주린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중국 기업이 공략하는 분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다.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의 주력 제품이다. 


칭화유니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지난해 10월 낸드플래시 강자인 미국업체 ‘샌디스크’를 190억 달러에 우회 인수한 뒤 같은달 대만 반도체 패키지업체 ‘파워텍’ 지분 25%도 6억 달러에 인수, 최대 주주에 올랐다. 파워텍은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업체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두뇌’ 응용프로세서(AP) 회사인 대만 ‘미디어텍’에 인수를 제안하며, 메모리반도체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디어텍은 AP 시장에서 퀄컴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으로, 대만 반도체 설계 기술을 대표하는 업체다.

칭화유니는 지난해 7월에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도 추진했지만, 미국의 국가안보 유출 우려로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칭화유니의 성장 속도는 향후 더욱 빨리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오 칭화유니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간 3000억 위안(약 54조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3대 반도체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떼 몰던 소년은 어떻게 호랑이가 됐나=호랑이로 불리는 자오웨이궈 칭화유니 회장의 인생은 그의 거침없는 ‘성공’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자오 회장의 부모는 ‘우익 분자’로 몰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로 하방당한 전력이 있다. 2남 1녀의 장남인 어린 자오는 이 곳에서 11세까지 돼지와 양을 키우는 목동으로 자랐다. 그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부활한 대학시험(高考·가오카오)을 통해 최고 명문 칭화대 공대에 입학했다. 신장의 샤완 현 출신 가운데 칭화대 입학은 그가 처음이었다. 칭화대는 시진핑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층을 대거 배출한 대학으로 중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

자오는 학창 시절에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촌’에서 텔레비전 수리로 학비를 벌었다. 대학 졸업 후엔 칭화대학 투자 부문에서 일하다 2000년 100만 위안을 들고 고향 신장으로 돌아갔다. 당시 부동산ㆍ석탄 등에 투자해 몇년만에 45억 위안의 큰돈을 번 뒤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이후 그는 2005년 베이징에서 첸쿤(乾坤)투자그룹을 세운 뒤 2009년에 첸쿤을 통해 칭화유니 지분 49%를 사들여 칭화홀딩스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오 회장의 보유 자산은 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칭화유니의 전신은 ‘칭화대 과학기술개발총공사’로 1988년 칭화대가 과학기술 성과를 상용화하기 위해 설립한 첫 산학 연계 종합 기업이다. 1993년 칭화유니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칭화홀딩스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칭화유니는 자오 회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만해도 약제 음료 등을 생산하는 평범한 국유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오 회장은 칭화유니에서 보험과 펀드 투자로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진출했다.

칭화유니의 반도체 산업 진출 배경에는 자오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는 중국이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여겼다. 실제 중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쓰는 최대 소비국이지만, 자국산 반도체 이용비율은 10%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차이완’의 반격 준비하는 세 거물=중국 반도체 업계는 자신들의 거대한 자본에 ‘반도체 강국’ 대만의 기술력을 결합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를 이끌고 있는 ‘두 거물’ 모리스 창(84)

TSMC 회장과 차이밍지에(65) 미디어텍 회장도 중국 자본의 진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대만 TSMC은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이며, 미디어텍은 대만 1위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모리스 회장과 차이 회장의 자산은 각각 130억 달러와 16억 달러로 파악된다.

모리스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중국 회사가 대만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고, 차이 회장도 “대만 반도체 기업이 중국 업체와 협력할 경우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의 TSMC와 미디어텍에 인수를 제안하기도 했던 ‘중국 반도체업계의 거물’ 자오 칭화유니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칭화유니 산하 두 반도체 설계 업체와 미디어텍을 합치면 퀄컴을 능가하는 규모가 가능하다”며 야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력에 대만의 기술력을 더한 ‘차이완(Chiwanㆍ차이나와 타이완의 합성어)’ 전략에 대한 대만 반도체업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투자를 유치하려다 핵심 산업까지 넘겨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대만은 최근까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중국의 투자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 특히 최근 차이잉원 민주진보당 대표가 차기 대만 총통(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대만 정부는 정치·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독자 노선을 걷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자국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력,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앞세운 칭화유니는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여개 업체와 힘든 경쟁을 벌여 ‘태평성대’를 맞이했던 한국 반도체 업계로선 또 다시 일본ㆍ미국의 강력한 경쟁자와 중국의 칭화유니라는 ‘굶주린 호랑이’와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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