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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격한 가족해체가 아동학대·살인 부른다
부모사망·재혼등 환경변화
10건중 4건이 가족관계 부실
친부모 가해 60% 웃돌아


부천 여중생 미이라 시신 사건에서 이혼이나 가족의 죽음, 재혼으로 인한 급격한 가족 관계의 변화가 가져오는 갈등이 자칫 아동학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아동학대 살인사건 10건 중 4건은 재혼 가정이나 동거 가족 등 가족 관계가 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박사가 내놓은 ‘아동학대의 실태와 학대피해아동 보호법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살인을 저지르는 가해자 10명 중 8명은 피해 아동의 부모나 양육자로 확인됐다. 친모가 가장 많은 39.6%이고, 친부가 23.7%로 친부모가 전체 가해자의 63.3%에 이른다. 그외에 계모(11.3%), 부모의 동거인(4.7%), 양부모(3.8%)도 아동학대 살인의 주된 가해자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가해자가 친부와 계모인 경우가 10.7%, 편부모와 동거인인 경우도 6.8%에 달해 친부모(12%)보다 많았다. 부모의 재혼이나 동거로 새로운 가족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관련 사건들의 42.7%가 재혼가족이나 동거 부모 가정 등에서 발생하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사건에서도 피해자 이모(사망당시 13세)양은 아버지(47)의 재혼 이후 계모 백모(40)씨와 갈등으로 새이모의 집으로 내쫓겼지만 그곳에서도 새이모에게 폭행당하는 등 학대를 받았다.

오빠(19) 역시 백씨와 갈등에 거제도의 축구 학교로 보내졌지만 이곳에서도 따돌림을 당하자 가정으로 돌아가는 대신 가출을 택했다. 목사이자 신학대학교 교수인 아버지가 딸을 가혹하게 때린 것은, 자신의 재혼 이후 가족이 갈등을 겪고 그 결과 아들과 절교하게 된 상황에서 딸마저 가출한 데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족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아동들은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족 구성원 중 2명 이상이 함께 저지르는 경우가 절반에 가깝기 때문. 친부모가 함께 자녀를 살해한 경우는 12%였고 친부모가 형제 자매나 친척 등 다른 가족과 함께 저지르거나 부모를 제외한 다른 가족이 함께 범행한 경우가 34.7%였다.

실제 이번 부천 백골 여중생 사건에서 아버지가 5시간 동안 빗자루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딸을 폭행하는 동안 계모도 옆에서 거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달 발생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에서도 아버지 최모씨가 아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며 학대하는 동안 어머니는 말리지 않았고 아들이 죽은 뒤 그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한선희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가정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가 조기에 아동 학대를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사회복지 종사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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