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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여중생 父 심리분석 “딸 죽여놓고 어쩔줄 몰라… ‘살아날거야’ 자기세뇌 기도”
11개월 집에 방치한 이유…처음엔 당황, 며칠 지나자 적응
“난 목사니까 기도” 실제 부활 믿었을 수도
그렇다면 신고는 왜? 사건 은폐라는 분석도


[헤럴드경제=원호연ㆍ박혜림(부천) 기자]딸을 5시간 폭행 끝에 숨지게 한 목사 겸 신학대 교수 이모(47)씨가 딸의 시신을 방에 11개월 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자 그 이유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씨는 경찰 진술에서 “기도하면 딸이 살아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지만 수사팀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자신이 정신적 이상이 있음을 부각시켜 감형을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로 이씨 스스로는 그 가능성을 믿고 있을 수 있다는 심리 전문가의 분석도 제기된다.

이씨는 지난 해 3월 17일 오전 5시간 동안 딸을 폭행한 뒤 뒤늦게 사망을 확인했다. 이어 신고하지 않은 채 지난 3일 체포될 때까지 방향제 등을 뿌리며 미이라 상태가 될 때까지 방치했다.

부천 백골 여중생 집과 아버지의 교회.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씨가 시신을 집 밖으로 옮겨 야산에 묻거나 지난 부천 초등생 살해사건처럼 훼손해 보관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데 대해 어떤 특정한 의도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곽 교수는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단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당황한 상태가 며칠 지나다 보면 이미 벌어진 일에 적응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유지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경찰 조사에서 “기도하면 딸이 되살아날줄 알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 범죄 수사에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다 보면 정신병력이 없는 정상적인 사람도 스스로 엄청난 범행을 저지르고 나면 현실 인식 감각이 떨어진다”면서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목사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합리화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딸의 사망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왜곡해 인식하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는데, 목사인 이씨가 스스로 딸을 살해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에 집착하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공상 허언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자기 합리화는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처음에는 스스로도 그것이 거짓말인지 알고 있지만 계속 되뇌이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마음에 딸이 혹시나 기적적으로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갖다가 이후에는 이것이 강한 믿음이 됐다는 것. 곽 교수는 다만 이같은 태도가 종교적 광신과는 거리가 먼, 심리학적 자기 방어기제에 가깝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가 딸의 부활에 극단적으로 집착하면 그것은 공상적 허언증일 가능성이 높다. 감형을 위한 거짓말일 경우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 결국 본 의도를 실토하게 되지만 공상적 허언증일 경우 스스로 거짓말이라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활에 대한 신념이 철저했다면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딸이 부활하면 모든 일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데 실종신고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이씨는 딸이 사망한지 보름 가까이 지나 실종신고를 함으로써 아이의 존재를 증발시켰고 이로써 자신의 범행을 숨겼다”며 고의적 은폐에 무게를 실었다.

이 씨의 친척과 교회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씨는 원래 활달하고 호탕했던 성격이었으나 아내와 사별하고 백모(40) 씨와 재혼한 이후 성격이 침울해지고 말수가 적어졌다. 교회를 10년 이상 운영했지만 교회 앞 상인들마저 이씨의 직업을 몰랐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이 교수는 “재혼 이후 백씨와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했는데 자녀와 백씨 사이에 불화가 생기면서 자녀들에 대한 원망이 생겼을 것”이라며 “그 스트레스가 학대행위로 이어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주변에 폐쇄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곽 교수는 “목사이자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이씨는 생활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이상적 자아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가정불화라는 현실을 맞닥뜨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아이를 체벌하기 시작한 것이 습관화 돼 큰 폭력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의 폐쇄적 삶은 이같은 간극을 남에게 보이지 않음으로써 ‘단절을 통한 평안’을 추구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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