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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사회의 그늘 -교도소] 생활고에 소외감에… “차라리 나 깜빵 갈래”
친분·원한없이 묻지마 범행
87%가 무직·일용직
좌절감탈출 ‘마지막출구’ 로


#1. 송모(55) 씨는 지난해 5월 새벽 경기도의 한 야산 약수터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살해대상을 물색했다. 70대 할아버지가 올라오자 등을 찔렀다. 다행히 할아버지가 목숨을 건지면서 송씨의 범행은 살인미수에 그쳤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해 9월 송씨에게 징역 3년과 함께 치료감호를 명했다.

#2. 이모(47) 씨는 지난해 6월 한 식당에서 1만2000원짜리 밥을 먹고 그냥 나왔다. 이어 한 휴대폰 가게 앞을 서성이다가 길가에 놓여 있던 벽돌을 집어던져 가게 유리창을 깨뜨렸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해 9월 이씨에게 재물손괴 및 사기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송씨와 이씨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평소 친분이나 원한관계가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렇다 할 범행 동기나 이유도 찾아보기 힘든 두 사람의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부러’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송씨와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범행에 나섰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일부러 죄를 저지른 데에는 경제적 빈곤이 큰 영향을 끼쳤다.

범행 전까지 별다른 직업없이 무직자로 생활해오던 송씨와 이씨는 사회에서 일정한 소득없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 감시와 통제 속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기초수급대상자였던 송씨는 20년전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쪽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사고로 4급 장애인 판정을 받아 경제적 생활을 이어가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시까지 당해 좌절감을 느낀 송씨는 결국 ‘사람을 죽이고 교도소에 들어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묻지마 범행에 나선 것이다.

2013년 대검찰청이 발간한 ‘묻지마 범죄 분석’ 책자에 따르면, 2012년 한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87%가 무직 또는 일용직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3%가 30~40대 중년들이었다.

이처럼 사회에서 생활고로 좌절감을 느낀 중ㆍ장년층이 ‘마지막 출구’로 교도소를 택하면서 관련 범죄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도소의 고령화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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