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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서경원 기자의 ‘리얼 다이어트’<2>현미는 과연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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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우리 민족은 예부터 쌀을 주식으로 살아왔습니다. 기운을 뜻하는 한자어 기(氣) 아래에 쌀 미(米)가 들어가 있는 것만 봐도 밥이 삶의 원동력이 돼 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도 어떤 쌀을 먹어야 되느냐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백미에 잡곡을 섞어 먹어야 한다, 오분ㆍ칠분 도미가 좋다, 현미만 먹어야 된다 등 여러 주장들이 혼재돼 있는 상태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현미에 대해선 건강식 바람이 불면서 우호 여론이 커졌지만, 현미의 독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다시 혼란을 겪는 쌀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미에는 어떤 독이 있다는 것일까요. 독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피틴산(phytic acid)을 들고 있습니다. 피틴산이란 주성분이 이노시톨헥사인산(Inositol hexaphosphoric acid)인 연노란색의 액체 물질로 곡류의 외피에 많이 분포돼 있는데 미네랄 등 무기질류의 소화흡수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현미는 껍질을 벗겨내지 않았기 때문에 도정을 거친 쌀에 비해 중금속과 농약으로부터의 오염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받고 있죠. 이 때문에 현미를 두고 천천히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피틴산을 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것은 식물의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식물이란 뜻의 파이토(phyto)와 화학이란 의미의 케미컬(chemical)이 합성된 파이토케미컬이란 식물 속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입니다. 경쟁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각종 미생물ㆍ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본질상 독이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들어가면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천연 항산화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간과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벌침도 독이지만 치료에 활용되는 것과 같이 인간에게 ‘이로운 독’이 된다는 것이죠. 피틴산은 현미뿐 아니라 콩류와 깨, 여러 씨 종류에도 함유돼 있습니다.

현미에 중금속과 농약 성분이 많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껍질 때문에 백미보다 현미의 농약 검출량의 높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설령 높다 할지라도 다른 경로로 인체에 들어오는 화학 물질에 비해 지극히 미량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현미의 독성 배출 효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중금속이나 농약이 백미보다 많이 들어있을 수 있지만 현미에는 독성 배출에 뛰어난 다량의 식이섬유와 비타민 B가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독성을 더 많이 먹더라도 결과적으로 인체에 남는 독성량이 더 적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는 얘기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같은 주장은 수은을 놓고 실험한 일본 전국의학회 등의 연구 결과가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현미(0.09ppm)에는 백미(0.04 ppm)보다 2배 이상의 수은이 함유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미를 먹으면 이 중 83.3%인 0.07ppm이 배출되고 백미를 먹으면 2.5%인 0.001ppm밖에 몸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계산해보면 몸속에 남아 있는 수은량은 현미와 백미 각각 0.015ppm과 0.039ppm이 됩니다. 들어갈 땐 2배 이상 많았지만 남는 것은 2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죠.

오랫동안 현미를 섭취한 사람과 백미를 섭취한 사람의 머리카락에 있는 수은 함유량도 비교해 봤는데 현미식보다 백미식이 10배 이상 높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백미보다 영양도가 월등한 현미를 몇몇 우려 성분을 걱정해 먹지 않는 것은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현미에 대해 생각이 복잡했던 분들은 도움이 좀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몇해 전부터 백미 대신 현미를 먹어온 필자는 ‘독의 위험(?)’에도 무탈히 지내왔고,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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