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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북미에서 유럽ㆍ중국으로 뻗는 스타트업 투자…한국 세계 37위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420억달러…실리콘밸리서 中ㆍ印 대도시로 확산일로
-서울 1억5600만달러 ‘37위’…亞도시 부진은 ‘인재영입 경쟁력’ 약한 탓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ㆍ민상식 기자] “벤처정신 깃든 곳에 부(富)가 흐른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벤처자본의 흐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미국 실리콘밸리 ‘너디스탄(Nerdistan)’에 집중됐던 투자금이 전세계 대도시로 폭넓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너디스탄’이란 실리콘밸리 같은 첨단 정보기술(IT) 산업단지 인력들이 모여사는 교외 상류층 자족도시를 말한다. 

전통의 산업들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미국을 넘어 전세계의 스타트업들로 투자 대상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꿈꾸는 대한민국은 정작 이런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미 경제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시장조사기관 마틴 프로스퍼리티 인스티튜트(Martin Prosperity Insititute) 보고서를 인용해 전세계 스타트업 투자의 현주소를 집중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벤처투자액은 1억5600만달러(1873억원)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7%에 불과했다. 

투자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을 기준으로 한 ‘글로벌 벤처투자 도시 랭킹’에서도 톱20위에 들지 못하고 37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美 압도…中ㆍ印 약진=글로벌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는 2012년 현재 420억달러(50조5050억원)로 집계됐다. 2012년은 전지구적 벤처투자금 집계가 가능한 가장 최근 연도다.

벤처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는 전세계 150개 이상에 달했다. 무엇보다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서유럽과 중국 및 인도 등 아시아권 대도시에서도 벤처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자본의 ‘메카’인 미국이 전세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68.6%)에 육박했다. 이는 아시아(14.4%ㆍ60억6400만달러)와 유럽(13.5%ㆍ57억500만달러)이 14% 안팎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캐나다 토론토를 포함한 북아메리카 전체 벤처투자액은 297억1500만달러(35조6600억원)에 달했다.

전세계 벤처캐피털 상위 20위권 도시를 살펴보면, 미국은 1~6위를 포함해 12개 도시가 대거 포진했다. 샌프란시스코(64억7100만달러), 산호세(41억7500만달러), 보스턴(31억4400만달러), 뉴욕(21억600만달러), 로스앤젤레스(14억5000만달러), 샌디에고(14억1000만달러) 순이었다. 

이들 6개 도시 벤처투자 비중은 전세계 벤처캐피털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 벤처의 양대산맥인 샌프란시스코 베이(만) 지역과 보스턴-뉴욕-워싱턴을 잇는 동부 인구밀집지역에서만 글로벌 벤처투자의 40%가 이뤄졌다.

미국 밖에서는 영국 런던이 8억4200만달러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이어 캐나다 토론토(6억2800만달러), 프랑스 파리(4억4900만달러)가 각각 12위와 16위에 랭크됐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독보적이었다. 베이징(7억5800만달러)과 상하이(5억1000만달러)가 각각 9위, 14위에 올랐다. 인도에서는 뭄바이(4억9700만달러)와 뱅가로르(4억1900만달러)가 15위와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도시 분포

▶인구 1인당 벤처투자 최고도시는?=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뉴욕,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는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점이 작용하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도시는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커 절대적인 벤처 투자금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 1인당 벤처투자’ 지표가 필요한 이유다.

1인당 벤처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기존 결과와 다른 점이 상당수 발견된다. 기본적으로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지역이 가장 활발한 것은 동일하지만 절대적인 규모에서 톱20위권에 들지 않았던 도시가 새로 진입하거나 런던이나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포착됐다.

1인당 벤처캐피털 톱20 도시에는 당초 순위권에 보이지 않았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Durham)이 4위에 랭크됐다. 오스틴과 시애틀, 덴버와 같은 IT허브 역시 순위권에 신규 진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잭슨빌(Jacksonville), 매디슨(Madison), 그린즈버러(Greensboro), 뉴헤븐(New Heaven)과 같은 미국 중소도시가 순위권에 안착한 것이다. 샌디에고도 기존 6위에서 5위로 한계단 올라섰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더욱 놀라운 결과가 도출됐다. 1인당 벤처캐피털 톱20위권에 캐나다 토론토를 제외하고 다른 도시들이 대거 탈락한 것이다. 기존 벤처투자 절대량 집계에서 7위에 올랐던 런던은 39위로 무려 32계단 떨어졌다. 

또 기존 9위였던 베이징은 55위로 추락했고, 15위였던 뭄바이는 70위권으로 수직하락했다.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도시에는 파리(53위), 방갈로르(43위), 상하이(74위)도 포함됐다. 이는 인구대비 1인당으로 벤처투자를 환산한 결과, 글로벌 대도시 벤처자본이 미국 중소도시 보다 결코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도시경제력-벤처투자액 연관성 ‘글쎄’=그렇다면 벤처투자가 활발한 도시와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도시 간에 특별한 연관성이 있을까. 보고서는 “강력한 경제력을 가진 도시와 벤처투자 도시 톱20위를 비교해 본 결과, 구체적인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세계 1위 ‘경제도시’ 뉴욕은 벤처투자 도시 순위에서 4위에 그쳤다. 서울 역시 도시 경제력은 8위였지만 벤처투자는 37위였다. 반대로, 벤처투자 1위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경제력 순위에서 23위에 머물렀다.

아울러 벤처투자 톱25개 도시 가운데 경제적 영향력이 큰 도시는 12개로 절반을 하회했다. 경제력이 큰 25개 도시 가운데 15곳만이 벤처투자 톱 60위권에 들었다.

아시아 벤처투자 부진 왜?=글로벌 벤처투자 흐름에서 변화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벤처투자가 고르지 않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더욱 치밀해지면서 투자금이 점점 더 많은 글로벌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벤처투자가 기업가 정신이나 혁신성이 뛰어난 실리콘밸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지난 수년간 전세계 대도시나 인구 밀도가 높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 권역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벤처투자가 확산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 도시에 집중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이 벤처투자에서 압도적인 이유는 “다른 나라 대도시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고, 명문대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유입되는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관용’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벤처투자가 유망한 지역으로는 런던, 토론토, 파리와 같은 서구권 도시가 꼽혔다. 이들 도시 역시 세계적 수준에서 인재 경쟁이 효율적으로 이루지고 있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아시아권 도시의 부진 이유로는 “세계적인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꼽혔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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