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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금 안내려고…①] 등잔 밑이 어둡다...美, 주(州)정부가 새로운 조세피난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호랑이가 없으니 토끼가 왕이다. 스위스가 최근 비밀보장원칙을 깨고 빗장을 풀면서 공개정보를 촉구하던 미국이 새 조세피난처(tax haven)로 거듭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네바다, 사우시다코다, 와이오밍 3개 주(州)는 검은 돈의 안식처로 유명한 스위스 보다도 좋은 조세피난처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피난처들의 금융투명성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은 미국으로 검은 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최대 재벌부호로 알려진 로스차일드는 최근 버뮤다 등지에 개설한 계좌를 미국으로 이동시켰다. 사무실도 레노 시에 마련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제네바에 본부를 둔 트러스트사와 역외신탁회사인 트리덴트 트러스트는 사우스다코다 주로 계좌를 옮겼다. 

[그래픽=문재연 제작]

블룸버그는 세 개 주의 금융투명성이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등 기존 단골 조세피난처들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마련한 다자간 조세정보교환 규정에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미 의회는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이외의 금융회사들이 5만 달러 이상이 예금된 미국인 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IRS)에 제공하도록 의무화 하는 ‘해외금융정보교환법’(FATCA)을 제정했다. 이에 OECD는 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인 공통보고기준(CRS)을 마련하고 조인할 것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현재 스위스, 버뮤다, 케이만 군도 등 100여 개 국가가 CRS에 서명한 상태다. 미국은 CRS에 서명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기존 조세피난처들의 금융투명성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은 미국이 신흥 조세피난처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가 은행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 연방법에 저촉하지 않는 한, 주법에 따라 계좌주의 비밀과 세금감면을 보장할 수 있다. CRS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에서 계좌주의 명단을 요구해도 제출할 의무가 없다.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최근 발표한 ‘2015년 금융비밀지수(FSIㆍTax Justice Network’s Financial Secrecy Index 2015)’에 따르면 미국은 스위스, 홍콩에 이어 세 번째로 슈퍼리치들의 역외 조세도피를 조장하는 환경이 강한 국가로 꼽혔다. 2013년에 비해 3단계나 오른 것이다. TJN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FSI 지수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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