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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형근의 꿀잼툰] ‘흙수저’ 인생, ‘금수저’로 바꿔볼래?
[헤럴드경제=송형근 기자] “나는 왜 흙수저로 태어난거야?”. 초등학생 승천이의 집안은 녹록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웹툰 작가. 10년째 성공한 작품은 없죠. 부모와 동생 등 네 식구가 사는 반지하 주택은 월세 35만원. 그마저도 매달 내기 힘듭니다. 방과 후 친구들은 모두 학원 가지만, 승천이는 홀로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죠. 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라도 아버지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600원 입니다. 어린 승천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진=웹툰 '금수저' 캡처]

태용이는 전형적인 ‘금수저’입니다. 아버지는 거대 전자제품 회사의 오너죠. 가정부와 운전기사가 딸린 대저택에 살고 있고요. 어머니는 태용이를 낳다가 하늘로 떠나 가족이라고는 아버지와 태용이 뿐입니다. 아버지는 태용이를 무서울 정도로 훈육합니다. 숨 막히는 집안 예의범절. 주말엔 사교 모임에 끌려다니죠. 13살의 나이에 벌써 결혼 상대까지 정해졌죠.

극명하게 대비되는 승천이와 태용이. 둘은 반 친구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흙수저’라고 신세 한탄하는 승천이.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는 운명을 바꾸는 ‘금수저’를 건넵니다. 이 수저를 사용하면, 원하는 상대와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서요. 승천이는 주저하지 않습니다. 평소 ‘금수저’라고 동경하던 태용이와 운명을 바꿉니다.

웹툰 ‘금수저’에선 초등학생조차 꿈을 먹고 희망을 노래하기보다 돈을 그립니다. 장래희망은 과학자, 대통령, 선생님이 아니죠. 밀린 월세와 학원비 걱정 없이 장난감을 마음껏 살 수 있는 부자, 혹은 재벌이 되는 것입니다. 다른 건 고려 대상조차 아니죠. 
[사진=웹툰 '금수저' 캡처]

승천이라는 캐릭터가 그 전형입니다. 때때로 승천이는 자신의 처지로 바뀐 태용이를 보며 미안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도 잠시. 오히려 ‘금수저’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죠. 어린아이가 받아야 할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은 없어도 좋습니다. 매일같이 학원, 과외활동, 주말엔 사교모임에 가는 것도 견딜 수 있다는 거죠. 짜인 일상에 아등바등 쫓깁니다. 8,000만원이 든 용돈카드. 무절제한 씀씀이로 아이의 순수성을 잃어갑니다. ‘흙수저’였을 때 자신을 돌아보게 했던 만화도 더는 그리지 않죠.
[사진=웹툰 '금수저' 캡처]

안타까운 건 웹툰 뿐만 아니라 이런 분위기는 현실에도 만연하고 있다는 겁니다. “부모님, 드라마, 뉴스도 ‘금수저’와 ‘흙수저’는 구분된다고 말해”. 웹툰에 나오는 중학생의 말이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난한 부모님을 둔 ‘흙수저’ 아이들은 가난의 둘레에서 머물고 있죠.

지난해 중학교 3학년 학생(2004년 기준) 2000명을 10년간 추적 분석한 ‘한국의 세대 간 사회계층 이동성에 관한 연구’이란 연구에서 “부모의 교육·소득 수준이 자녀의 계층이동을 결정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사회는 점점 닫혀갑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정말 뉴스감이 됐죠. 선택 할 수 없는 과거로 인해 미래가 제한된다는 건 꿈을 꾸지 말란 소리나 마찬가지죠. 아이들의 꿈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웹툰 '금수저' 캡처]

웹툰 ‘금수저’는 29일 11화까지 연재됐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앞으로도 승천이의 고뇌는 계속 그려질 예정입니다. ‘금수저’는 사용 후 3개월, 3년, 30년이 되면 운명을 다시 바꿀 수 있습니다. 고민에 빠질수록 초등학생 승천이는 점점 사회의 때가 묻습니다.

“나는 왜 ‘금수저’가 아닌가. 기회만 되면 바꾸고 싶다”. 지금도 우리의 아이들, 승천이와 똑같은 고민을 돼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웹툰 속 승천이를 보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공감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더욱 씁쓸하게 만듭니다.

s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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