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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년 미궁속 이태원 살인사건, ‘혈흔 분석’이 해결했다
-패터슨에 20년 선고…검찰, 혈흔 분석 기법 첫 적용 주목


[헤럴드경제=박일한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구속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37)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증거 불충분으로 19년 동안 미궁에 빠졌던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가해자가 누군지 가려낸 것은 이번에 처음 적용한 ‘혈흔 분석기법’과 ‘진술의 일관성’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의 결정적인 증거로 혈흔이 분포된 모양과 위치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패터슨의 살인 과정을 재구성했다. 패터슨이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가해자로 확정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는 지난 1997년 4월 3일 9시50분경 서울 이태원동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3세)씨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을 받은 패터슨을 진범으로 판단하고 징역 20년형을 29일 선고했다. 

19년만에 한국 법정에서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은 패터슨


당시 패터슨과 에드워드리(이하 리)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조씨를 따라갔고, 얼마후 조씨는 화장실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고 직후 연행된 패터슨과 리는 서로 자기가 죽이지 않고 상대방이 죽였다고 주장했다. 둘 중 한명이 조씨를 살해한 것은 확실하지만 당시 검찰은 리만 살인범으로 기소했다. 리는 하지만 대법원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취지 확정판결을 선고를 받았다. 패터슨은 당시 흉기소지·증거인멸 등의 혐의만으로 복역하다 1998년 사면됐다. 이후 검찰은 패터슨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법무부는 16년만인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패터슨을 국내로 송환해 재판에 넘겼다. 패터슨은 19년 전과 마찬가지로 “함께 있던 리가 조씨를 찔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과거와 달랐다. 검찰은 1997년 도입하지 않았던 ‘혈흔형태분석’과 ‘진술분석’ 기법을 통해 증거를 분석했다. 당시 사체 부검의와 미군 범죄수사대 수사책임자, 햄버거 가게 점원 등을 다시 증인으로 부르는 등 검찰의 달라진 수사의지를 보여줬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초로 패터슨과 리가 함께 피해자를 찔렀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범행도구 칼 하나 뿐인데 넘겨주고 받기엔 장소가 협소해 쉽지 않고, 그 사이 피해자가 방어할 수 있는데 ‘방어흔’이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10초도 안 걸린 것으로 나타난다”며 “매우 빠른 속도로 공격을 했는데, 그 사이 범행도구를 주고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검전문가 한정욱 씨도 법정진술에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도중에 칼 잡는 모양을 바꾸기 어렵다”고 해 이점을 입증했다.

법원은 따라서 둘 중 한명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확실하다고 봤다.

법원은 “피해자의 상처들이 상당히 인접한 부위에 발생했고 그 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와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서 고정한 상태에서 공격한 걸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양쪽 목과 가슴부위에서 상당량 피가 나왔고 공격횟수가 9회에 달했기 때문에 가해자 상하의와 칼을 쥔 오른 손목 부분에도 피가 많이 묻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이를 통해 “누가 손을 씻었는지 피 묻은 부위와 양, 피가 묻게 된 경위, 목격 장소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이 가해자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는 화장실에서 나와 친구를 만났고 4층으로 올라갔지만 그 사이 손을 씻지 않았다. 반면 패터슨은 4층으로 나오자 나자 양손을 씻고 상의를 갈아 입었다. 패터슨은 양손 머리 상하의 양말에 피가 많이 묻은 반면 리는 상의에 적은 양의 피만 묻어있었던 것으로 진술결과 확인됐다.

패터슨은 “피해자가 다가와 밀어내는 과정서 양손과 온몸에 피가 많이 묻었다”고 주장했지만 일관성 없고 객관증거에 부합하지 않아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세면대 우측과 벽 사이 모서리서 리가 찌르는 것을 봤다는 패터슨의 진술이 혈흔 등 증거들에 비춰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증거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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