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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CTV 근무감시…고객 폭언·성희롱에 우울감 호소도
암행감찰단 수시로 친절모니터링
불친절 직원으로 찍히면 불이익


#. 대형 백화점 유명 명품 의류매장에서 5년 동안 일하고 있는 A씨는 고객이 없어도 편하게 앉아 쉴 수가 없다. 매장 천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어 긴장이 풀어질 틈이 없다. 24시간 지켜보고 있는 ‘눈’ 때문에 화가 나도 웃어야 한다. 하지만 A씨는 CCTV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바로 ‘암행 감찰단’이다. 고객으로 가장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ㆍ비밀 모니터링 요원)’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3년 전 고객인 척 하며 진상을 부리는 미스터리 쇼퍼를 상대로 항의했다가 회사에 ‘불친절 직원’으로 찍혀 큰 불이익을 받았다.

한국의 전체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이 감정노동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친절’ 그 자체가 업무인 서비스직종에서는 고객으로부터 인격 무시 발언, 욕설 등 폭언은 물론 신체 위협과 성희롱까지 경험하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노동 스트레스는 고객으로부터만 오는 것이 아니다. 슬퍼도 웃어야 하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감정노동자 세계엔 미스터리 쇼퍼라는 현대판 암행어사와 CCTV 등 인권침해적 모니터링 역시 노동자들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유통업 노동자 12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56.9%(627명)이 미스터리 쇼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미스터리 쇼퍼나 CCTV 등 모니터링 결과가 불이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19%(216명)는 모니터링 결과로 인해 사업주나 관리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미스터리 쇼퍼는 서비스 노동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온 손님인 것처럼 행동하면서도 온갖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돌발적인 상황을 만들어 직원을 당혹감이나 불쾌함을 유발해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게 한다.

한 노동자는 미스터리 쇼퍼를 항상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근무 시간 중에 미스터리 쇼퍼를 의식해 긴장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뜩이나 고객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미스터리 쇼퍼 존재 자체는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미스터리 쇼퍼를 만났던 노동자들은 겪는 과정 자체에서도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또 ‘불쾌한 고객’이 미스터리 쇼퍼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허탈함과 배신감까지 느끼는 것으로 파악된다. 암행감찰로 얻은 서비스 평가결과는 감정노동자에게 2차, 3차의 가해를 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즐거운 감정노동을 수행하고 있던 노동자도 이런 상황을 겪게 되면 부정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스터리 쇼퍼 제도가 ‘사찰’로 작용하지 않도록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미스터리 쇼퍼 활용을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새로운 이름으로 부활해 암행감찰을 실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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