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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카 바이러스 대유행 ①]‘국제 공중보건 비상 사태’ 검토…“임신 1~2년 미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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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미주 대륙은 물론 유럽, 아시아까지 전 지구촌이 지카(Zika) 바이러스 공포에 떨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급기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검토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자칫 시간을 끌 경우 지난 2014년 에볼라 재앙과 같은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같은 국제적인 공조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카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확산된데다, 지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신을 1~2년 미루라”는 웃지못할 권고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신생아에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데 대한 대책을 논의할 긴급회의를 다음 달 1일 소집했다.

[사진=게티이미지]


긴급 위원회에선 지카 바이러스 발생에 따라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지카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 WHO에 권고하게 된다.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서아프리카 일대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2014년에 선포된 적이 있다. 당시 세계적으로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1000명을 웃돌아 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지카 바이러스가 에볼라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찬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대륙에서 발견된 이후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 경고수준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고 밝혔다.

찬 총장은 또 “최근 들어 지카 바이러스가 큰 위험이 아니었다가 급격하게 매우 위협적인 것으로 성격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소두증 신생아 출산 증가는 가족이나 사회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적으로 지난 1947년 우간다 지카 숲의 한 원숭이에게서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는 그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적도 지역에 주로 발생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2007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2013-2014년 태평양 4개 도서 국가에서 발생하면서 점차 지역을 넓혀가고 있고 뎅기열과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차장은 중국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매개적인 모기가 있고 뎅기열이 발생했던 나라에서는 어느 곳이든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의사들은 지카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우려하며 WHO가 신속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의 대니얼 루시와 로런스 고스틴 박사는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기고문에서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며 질병 전문가들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WHO가 에볼라 위기 조기 대응에 실패해 수천 명이 숨졌다”며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신속한 조처가 없다면 비슷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비상위원회를 빨리 소집해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 필요조건에 대해 사무총장에게 권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브라질에서만 지난해 5월 이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WHO 미주지역 본부(PAHO)는 과거 뎅기열에 걸린 사례를 고려할 때 미주대륙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내년까지 300만∼4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소두증 의심 사례는 지난 23일까지 4180건이 보고됐으며, 이 중 68명이 사망했고 12명이 소두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보통 신생아 2만 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소두증은 브라질에서 2014년 147건, 2013년 167건, 2012년 175건이 보고됐다. 20배 이상 그 숫자가 늘어난 것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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