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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노동 보고서] 여성노동자 생리휴가 10명 중 1명만 간다
-절반 이상 생리불순…임신기간 중 야간근무까지
-무급에 아무도 이용안해 유명무실…현실화 시급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서울 한 대형마트 고객센터에서 근무 하는 30대 강모 씨는 “생리휴가요? 유명무실하다고 봐요. 무급으로 원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법으로 되어 있잖아요. 근데 불이익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강씨는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만근에서 빠지는 거예요. 만근수당 5만원이 확 빠지는 거죠. 만근이 안 돼서 여러 가지 불이익들이 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아무도 사용할 생각을 안 해요. 회사에서는 만약에 생리휴가를 쓰면 만근에서 뺄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안 쓰는 거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통업은 여성 감정노동자들이 많은 산업이다. 



감정노동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말하며, 보통 감정 관리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등에 종사하는 유통업 여성 감정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실태조사한 결과 노동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들은 생계비, 자녀교육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가사업무와 노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조사에 따르면 1114명의 여성감정 노동자들 중 지난 12개월 동안 생리휴가(보건휴가)를 사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2.7%만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현행법에서는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무급일 뿐만 아니라 추가의 임금 손실까지 감내해야 하는 문제로 인해 쉴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적으로 생리휴가를 사용한 경우 연간 평균 사용일수는 3.9일이며 월 1회 꼬박꼬박 사용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생리불순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연령별로는 연령층이 낮아질수록 높은 생리불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가 63.7%로 가장 많았고, 30대 50.9%, 40대 49.4% 50대 이상이 33.6% 순이였다.

현재 업무를 하면서 임신한 적이 있는 경우, 임신 기간 중 오후 10시 넘어 일한 경험에 관한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임신한 여성 감정노동자 540명 중 8.7%가 오후 10시 이후 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임신여성이 야간근무를 할 경우에는 동의서를 쓰도록 돼 있다.

또 현재 업무를 수행하면서 육아휴직 사용과 관련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약 30%만이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현행법에 따르면 육아휴직은 ‘신청하는 경우 허용해야’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물론 1년 미만 근무자의 경우 허용되지 않으며 배우자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결국 눈치 때문에 쓸 수 없었던 과반수의 응답자들은 법이 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가정을 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의 비율이 45%로 불가능하다는 집단보다 낮게 나타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서울시 유통산업 여성노동자들의 생리휴가의 사용이나 육아휴직의 사용 등은 매우 높은 비율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를 운운하는 현실의 한국사회에서 모성보호가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재생산에도 문제가 되고 여성의 사회참여율 확대가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기업에서는 이런 문제를 고려한 여유인력을 운용해야 하며 서울시에서는 행정지도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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