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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증시 차이나포비아 벗어나나
중국 보다는 유가에 더 민감…개별종목 영향력은 막강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리 주식시장이 ‘차이나포비아(중국공포)’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해벽두 중국발 쇼크로 크게 흔들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최근들어 중국 증시 움직임보다 국제 유가 흐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상하이 증시 디커플링(탈동조화) 왜?= 27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초부터 급반등하며 장중 한때 19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11달러(3.7%) 오른 배럴당 31.45달러에 마감한데 힘입어 미국과 유럽 증시가 동반 상승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6.42% 폭락하며 2700선이 붕괴되는 등 올 들어 3번째로 큰 낙폭을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증시가 새해벽두부터 10% 넘게 급락하고 써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되면서 코스피가 1800선대로 주저앉았던 연초 상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는 “연초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지만 최근들어 중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중국 증시 영향력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제유가 움직임에 동조화되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코스피 지수와 WTI의 상관계수는 35달러 이하에서 0.7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에 가까울수록 주가지수와 유가가 동조화되는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중국 본토 증시뿐 아니라 홍콩 증시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당수 주가연계증권(ELS)이 홍콩 H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체감효과는 H지수의 등락폭이 더 클 수 있다.

26일 홍콩 H지수는 전날보다 3.4% 하락하며 8000선이 무너져 7895.16을 기록했다. ELS의 녹인(Knock-in, 손실구간) 진입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홍콩 증시의 바닥이다.

이와 관련해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H지수의 변동성과 하락세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보수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H지수의 저점형성 구간은 7300포인트”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H지수 변동성과 하락폭이 추가로 확대된 이유로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 악화 ▷홍콩 달러 페그제 폐지(우려)에 따른 자본유출 심화 ▷중국 본토 할인율 하락과 증시 및 경기부양 기대감이 H지수에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개별 종목ㆍ업종별 영향력은 여전= 전체적인 한국증시와 중국 증시 동조화는 완화됐지만, 개별 종목과 업종별 움직임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은 전기차 얘기다. 중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선언하자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막대한 시설투자를 했던 삼성SDI와 LG화학의 주가가 급전직하했다. 지난 26일 하루에만 삼성SDI는 14%, LG화학은 7% 각각 떨어졌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단순 셈하면 삼성SDI는 8000억원을, LG화학은 2조원 가량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된다. LG화학측이 나서서 “보조금 폐지 대상이 전기버스 등 상용차에만 해당돼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 생산 전기차 배터리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보조금을 20% 축소하고, 2020년 이후엔 보조금제 폐지를 선언해둔 상태다.

하지만, 27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변화는 한국 업체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며 전기차 관련주는 큰 폭의 반등을 보이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발표로 주가가 급락했다”며 “하지만절대 중국 정부의 전기차 시장 육성 의지가 퇴색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오히려 기술 개발 없이 보조금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정책”이라며 “LG화학처럼 싸고 성능 좋은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종 주가도 중국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산업이었던 조선업이 극악의 불황 상태에 내몰린 것도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제 조선산업에 뛰어든 것이 원인이다. 지난해 140만원대에 육박했던 삼성전자 주가가 110만원대로 주저앉은 것도 중국 전자 산업의 저가 공세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7년 76만원대까지 치솟았던 포스코 주가가 17만원대로 급락한 것 역시 중국 철강산업 약진이 원인이다

코스닥 시장에선 중국 자본 투자가 주가를 출렁이게 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 9월 16일 쌍방울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상한가 행진은 5거래일 연속 진행됐고, 1100원대였던 주가는 4885원까지 치솟았다. 중국 금성그룹과 쌍방울이 합작법인(SPC)을 설립해 1조8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 부지 선정 등에 차질이 불거지면서 현재는 사업 진행 여부가 미지수인 상태다.

중국 자본이 한국 상장사에 투자한 경우는 쌍방울 외에도 많다. ‘변호인’, ‘연평해전’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사 NEW는 중국 측(화책미디어그룹)이 2대 주주고, 박근혜 대통령이 관람해 관심을 모았던 애니메이션 ‘넛잡’ 제작사 레드로버의 최대주주는 중국 쑤닝 그룹이다. 통계적으로도 지난해 중국 자본의 한국 상장사 투자는 늘었다. 지난해 타법인 출자 지분 취득은 2014년 대비 20.3%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자본이란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는 “중국 자본의 경영 참여형 투자 확대 관련 공시가 많았다”고 말했다.

홍석희ㆍ문영규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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