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 “철거의사 없다” 전문가 “국가도 강제불가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벌써 한달 가까이 ‘평화의 소녀상’ 이전 및 철거를 반대하는 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녀상이 ‘불법 건축물’이라는 일본 측 목소리가 높아지며, 소녀상의 법적 지위와 이전 및 철거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1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시민 모금을 통해 제작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한 소녀상은 사실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시설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당시 여성가족부가 ‘국가사업과 관계 되는 것은 주무부처와 도로관리청이 협의해 설치할 수 있다’는 도로법 제 5조에 근거해 종로구청에 설치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소녀상을 설치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부가 철거를 강행하면 소녀상이 설치된 구청 측에서도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 등에서도 소녀상 설치 방식을 지적하며 비슷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 보수 온라인매체 블로거스(BLOGOS)는 “종로구청은 ‘정부기관이 아니면 도로 등에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다’고 각하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며 “그럼에도 (종로구청이) 소녀상 설치가 강행되자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건축물이 공익에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측의 의지에 따라 소녀상을 철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종로구청은 “철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소녀상 철거는 종로구청이 철거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주무부처인 여가부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할리도 없겠지만, 설령 철거 공문을 보내온다 하더라도 철거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법적으로 소녀상 이전이나 철거를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녀상이 설치된지 얼마 안 된 동상이라면 도로점용허가 문제를 거론할 수 있겠지만 행정 조치 없이 벌써 몇 년이 흘렀다”며 “이는 사실상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소녀상이 외교 공관 품위 유지 의무를 해친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한 교수는 “비엔나 조약을 위반하려면 대사관의 평화적인 업무 처리를 위협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소녀상이 대사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엔나 조약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소녀상은 일종의 문화적 상징물로 서울 시민의 공유물이라고 봐야할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전과 철거 등에 대한 논의는 서울 시민의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전국 각지에 현재 위치하고 있는 27개 소녀상 이외에도 추가로 건립해 나갈 방침이며, 해외에서도 미국 두곳과 캐나다 토론토 이외에 새로운 장소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장소와 건립 시기, 갯수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1월 중으로 다시 밝힐 계획”이라고 했다. 박혜림 기자/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