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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응답하라! ‘일·가정 양립’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 속에는 쌍문동 골목의 다섯 가족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비록 비중은 크지 않지만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은 집은 유일한 맞벌이가족 ‘동룡이네’다. 동룡이는 “우리 엄마는 너희 엄마들이랑은 달라. 일하는 엄마야!”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점심시간 따뜻한 도시락 대신 라면을 사먹어야 했다. 생일날 미역국을 못 먹은 서운함에 가출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 속 시대배경에서 사반세기가 흘렀지만, 우리사회는 여전히 동룡이 엄마 ‘조부장님’ 같은 워킹맘들이 일터와 가정 양쪽의 균형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다.

‘일·가정 양립’은 개인행복과 사회발전을 이어주는 핵심고리다. 일·가정 양립을 통해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막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해야만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실제로 여성고용률과 출산율, 1인당 국내총샌상(GDP)가 정(正)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이 여러 선진국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일·가정 양립’을 지난해 핵심 개혁과제로 삼는 등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 한해도 일·가정 양립이 ‘생활체감형 정책’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등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 해소에 나선다. 유연·재택·원격근무 등을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제도를 신설(1인당 월 20만~30만원)하고, 가족친화인증이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에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법적으로 보장된 모성보호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DB)와 고용보험DB를 연계한 ‘스마트 근로감독’을 바로 2월부터 시작한다. 일·가정 양립의 중요한 한 축은 남성이다. 남성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아빠의 달’을 올해부터 기존 한 달에서 석 달로 늘렸고, ‘워킹맘·워킹대디 지원사업’ 등을 통해 남성들을 위한 맞춤형 육아정보 제공에 나선다.

둘째, 양육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공공형·직장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현재 종일반 중심의 보육체계를 아이들과 부모의 수요에 맞춰 오는 7월부터 12시간, 7시간 등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현장모니터링을 통해 아동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덜어드릴 것이다.

셋째, 경력단절여성들이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취·창업 지원을 강화한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한 창업훈련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창업자금으로 1년간 100억원을 지원한다. 센터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온라인 취업상담서비스’는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해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응답하라 1988’의 동룡이 엄마는 퇴직 후에도 “누구누구의 엄마로만 불리기는 싫다”며 동네 마트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일·가정양립을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제도와 여건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다시 사반세기가 흘러 드라마 ‘응답하라 2016’이 만들어진다면, 다복한 가정을 꾸리며 각각 항공사와 법조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덕선과 보라 자매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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