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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서울의 6.6배 땅 칠레정부에 기부하고 떠난 美부호의 자연사랑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홍승완ㆍ천예선 기자] 생전에 남미의 고원, 빙하지역 보호에 힘썼던 미국 억만장자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ㆍ1943~2015)가 지난해 12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환경보전을 위해 서울시 면적의 6.6배에 달하는 땅을 칠레 정부에 기부해 화제다.

톰킨스는 아웃도어 용품 브랜드의 대명사인 노스 페이스(North Face)의 공동 창업주다. 47세 나이에 돌연 사업가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남미 칠레로 떠나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남미 자연보호에 앞장섰던 톰킨슨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갑작스러운 카약 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더글라스 톰킨스(오른쪽)과 크리스틴 부부. 이들은 남미 칠레와 아르헨티나 땅을 사들여 국립공원 조성을 조건으로 각국 정부에 기부를 약속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톰킨스의 미망인 크리스틴 맥디빗 톰킨스(Kristine McDivitt Tompkins)는 “칠레 남부 산악지대 파타고니아 땅 40만헥타르(4000㎢)를 국립공원을 짓겠다는 조건으로 칠레 정부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은 미첼 바첼리트 칠레 대통령과 만난 뒤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생태공원을 만드는 조건으로 기부가 이뤄지고 있다”며 “세계인들이 그곳을 방문할 수 있기를 원한다. 국립공원이 만들어지면 칠레는 세계에 역사적 유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글라스 톰킨스의 미망인 크리스틴 톰킨스가 미첼 바첼리트 칠레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는 모습.

아울러 “(국립공원을 위한) 협상과정은 앞으로 2년 가량이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는 시기를 정해놓지 않았고, 필요로 하는 모든 단계에서 양측이 협업해 타협안을 도출해낼 것”고 덧붙였다.

앞서 크리스틴은 지난달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도 크리스틴은 위기에 처한 브라질 인근 습지 15만 헥타르를 이베라국립공원(Ibera National Park)으로 만들기 위해 보유한 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호수를 품고 있는 코르코바도 국립공원 모습.

톰킨스 부부가 생태공원을 목적으로 토지를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에는 칠레 코르코바도 화산 인근의 294헥타르 땅을 기부했다. 이 땅은 칠레에서 6번째로 큰 국립공원인 코르코바도 국립공원(Corcovado National Park)으로 재탄생했다.

노스 페이스의 공동 창업주 더글라스가 남미 칠레로 떠난 것은 1989년 첫번째 이혼 직후였다. 그는 1990년 사업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남부 칠레에 자리를 잡았다. 젊은 시절 암벽등반과 스키를 즐겨 탔던 더글라스는 “미국 출신 억만장자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반(反) 자본주의자였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그는 1989년부터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남미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기금과 재단 설립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컨저베이션 랜드 트러스트(Conservation Land Trust)’다. 현재 남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환경보전기금 중 하나다.

더글라스는 칠레에서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도 만났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전(前)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틴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정신이 통했던 더글라스와 크리스틴은 1990년대 파타고니아의 원시림을 포함한 칠레 남부와 아르헨티나 일부 습지를 차례차례 매입했다. 
지난해 12월 8일 카약 사고로 사망한 더글라스 톰킨스. 사진은 2014년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카약을 즐기고 있는 모습.

초창기 현지에서는 미국에서 온 억만장자가 숲을 사들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칠레나 팔레나(Palena) 지역에 위치한 80만 에이커 규모의 땅이 칠레 발디비아 삼림의 대표 지역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고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당시 칠레의 행정수반이었던 히카르도 라고스(Ricardo Lagos) 대통령은 이 지역을 자연 성지(Nature Sanctuary)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톰킨스 부부가 사들여 보호한 땅은 대략적으로 120만에이커, 우리 식으로 14억평이 넘는다. 서울의 8배가 넘는 규모다. 이들이 지난 25년간 자연보호를 위해 기부한 액수만 총 3억7500만달러(4490억원)에 달한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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