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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기획>규제풀린 보험업계, 리스크가 과제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올해부터 상품 가격 자율화 등 보험사에 대한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차별화된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규제에 갇혀 ‘붕어빵식’ 유사 상품을 쏟아낸 것과 비교할 때 보험사에게는 경쟁력을,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경쟁 격화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불완전 판매가 늘고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 불안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 경쟁이 2020년 도입 예정인 ‘보험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 조기 적응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FRS4 2단계에서는 보험사의 부채를 해마다 시가 기준으로 재평가하고 수익과 비용 인식 방법도 더 복잡해지는데 보험사들이 구조가 복잡한 상품을 많이 보유하면 향후 예상치 못한 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어서다.

불완전 판매 증가…판매자 책임, 과징금 등 안전장치 마련=상품 가격 자율화로 가장 먼저 예상되는 부작용은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 판매다. 특히 대형사에 비해 경쟁열위에 있는 중소형 보험회사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판매채널을 동원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율이 높아질 수 있다.

보험연구소 윤성훈 금융정책실장은 “판매 조직이 튼튼하지 않을 경우 가격 덤핑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경쟁으로 가격을 낮추게 되면 상품이나 판매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불완전판매 등 잘못된 영업행위를 할 경우 처벌 수위를 높여 사후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에 자유롭게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자율성을 주는 대신 사후 감독 강화 차원에서 과징금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부당이득을 취한 보험사가 실질적인 타격을 입도록 상반기 내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부과기준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성훈 실장은 “설계사나 법인보험대리점(GA) 등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고 설명의무와 관련한 기록 등 관련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험다모아 같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은 보험 가격이 너무 올라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상품…리스크 관리가 과제=보험 가격 및 상품 자율화에 따라 연초부터 틈새시장 수요를 반영한 특화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가입금의 일부를 감액해 감액 부분에 대한 해지환급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 상품, 은퇴 후 저축보험이나 간병보험으로 전환 가능한 건강보험, 양방은 물론 한방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건강보험소형 등 소비자의 구체적인 수요를 파고든 상품이 큰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특화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보험사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휴대폰분실보험’이나 ‘결혼보험’등 특화상품이 있었지만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보험사에 손실을 안긴 적이 있다”면서 “세밀한 약관과 명확한 보상규정 등으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보다 더 큰 리스크는 2020년부터 적용되는 보험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다.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과거 고금리 확정계약이 많은 보험사의 경우 보험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보험수익이 현재와 같은 판매시점이 아니라 서비스제공 시점에서 인식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말 기준 부채적정성 평가 결과를 이용해 IFRS4 2단계 적용 이후 재무적 영향을 추정한 결과 부채 중가액이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FRS4 2단계 시행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높아진만큼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보험사들이 시장에 대거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이나 독일 일찍부터 규제 완화…전략 다변화 가속도 효과=한편 보험 규제를 일찍부터 철폐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보험사 구조조정과 해외진출 가속화라는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보험연구원 전용식 연구위원은 ”1994년에 보험요율 및 상품 규제를 철폐한 독일은 경쟁력이 있는 대형사는 더 커지고 그렇지 않은 보험사는 인수합병되면서 시장 집중도가 올라갔다“면서 ”수익 증대를 위해 위험 평가 역량과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 심사)을 확충하는 등 본업 역할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일본은 1990년대 후반 보험 자율화를 시행하면서 경쟁이 심해지자 해외 진출이 가속화 됐다“면서 우리 보험사도 전략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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