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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장판 한장에 몸 맡긴 독거노인들 “강추위에 더 서럽다”
노인ㆍ저소득층ㆍ모자 가정이 대부분
실내 머무는 시간 많아 에너지빈곤 민감도 상승
2010년 165만→2013년 178만, 빈곤가구 매년 증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에 사는 박모(68ㆍ여)씨. 예년에 비해 춥지 않은 겨울이라는 말을 듣고 올해는 잘 넘어갈 수 있을까 기대도 했지만 며칠새 불어닥친 강추위로 고생 중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동장군에 당장 연료비가 걱정이라는 박 씨는 “최근 기름값이 내려 그나마 다행이지만, 온수 사용할 때만 (난방을) 틀다보니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떨어진 기름값을 체감할 겨를도 없다는 얘기다.

그는 “방 바닥은 연탄으로 데우고 있지만, 난방비를 아끼려 최소한으로 사용하는데다 건물 자체가 냉기를 막지 못해 입김이 나는 집안에서 외투를 입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 [출처=헤럴드경제DB]
 
에너지 빈곤층은 겨울에 더 서럽다. 전기장판 한장으로 겨울을 난다. 따뜻한 물을 제대로 못써 아이가 동상에 걸린다. 따뜻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중계동 백사마을.[출처=헤럴드경제DB]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모(35ㆍ여)씨는 최근 가슴 아픈 일이 하나 생겼다. 방학이라 집에 있던 8살 딸이 최근 며칠동안 손이 가렵다며 호소해 병원을 데려갔더니 동상 초기 증상이란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아침 샤워할 때 말고는 연료비를 아끼느라 따뜻한 물도 제대로 못쓰게 했다. 찬물로 손을 씻은데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방안 공기까지 차가워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자책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란 예보가 무색하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면서 노인ㆍ저소득층ㆍ모자 가정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 빈곤층’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전기료와 연료ㆍ난방비 기준으로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나타내는 말이다.

각종 통계에서도 최근 악화되는 에너지 빈곤층의 삶의 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에너지 빈곤의 실태와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빈곤층은 2010년 165만여 가구에서 2013년 178만여 가구로 해가 갈 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소득 대비 연료비로 사용하는 액수도 소득 1분위(하위 10%)는 2010년 19.6%에서 2013년 21%로 악화됐다.

김현경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노인ㆍ아동ㆍ장애인 가구의 경우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에너지빈곤으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며 “노인가구의 경우 경상소득 대비 연료비 비율이 평균보다 다소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노인가구가 난방을 하지 않은 채 전기담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등 적정 난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기초생활보장수급가구의 경우 43.8%가 적정난방 미달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 26%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에너지 빈곤층은 스스로 노동을 통해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75세 이상의 노인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경제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이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이 밖에도 봉사활동과 같이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는 민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세액 공제액을 늘리는 등 기부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필요가 있다”고 말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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