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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 또 거짓말’…반성 없던 부천 초등생 부모
수사 내내 거짓말ㆍ진술 번복으로 일관한 부부
“강제로 목욕시키다 넘어져…치료 안해 숨졌다” 입 맞춰
증거 들며 추궁하자 ‘사망 전날 2시간여 폭행’ 인정
취재진 앞 수차례 서서 단 한마디도 안 해…담담히 현장검증


[헤럴드경제(부천)=배두헌 기자]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ㆍ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의 피의자 부모가 검찰에 송치됐다.

22일 경기 부천원미경찰서는 피해 아동의 아버지 최모(34)씨와 어머니 한모(34)씨에 대한 수사를 종결하고 최씨를 살인 및 사체 손괴 유기 등 혐의로 한씨를 사체 손괴 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21일 아들을 폭행해 사망케 하고 시신을 훼손한 아버지 최모(34)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범행장소인 부천의 한 빌라에 들어서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경찰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들 부부에게 반성의 기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검찰 이송을 위해 이날 오후 1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 부부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범행 현장 4곳을 돌며 현장검증을 벌인 21일도 마찬가지였다. 마스크와 모자, 귀마개 등으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이들 부부는 호송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의 욕설에도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들의 현장검증을 지켜본 경찰 관계자는 “별다른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히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종결되는 순간까지 거짓말도 수없이 일삼았다. 경찰이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 증거를 들고 추궁하고 나서야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진실을 털어놓았다. 

22일 이용희 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장이 ‘부천 초등생 살해 및 사체 훼손사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물리적 증거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진술만으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경찰이 진실을 파헤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현재까지 확보된 진술이 ‘100% 진실’이라고 아직도 믿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1월 13일 오후 피해 아동 최군이 다녔던 초등학교의 교무부장이 4년 가까이 장기결석 상태인 최군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이들 부부의 거짓말은 시작됐다.

3년 7개월만에 학교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란 어머니 한씨는 “아들이 가출해 내가 실종신고를 했다”고 거짓말했다. 이어 “내가 아니라 삼촌이 신고했다”거나 “남편 지인이 신고했다”는 둥 계속 말을 바꿨다. 이를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은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에 붙잡히고 나서도 거짓말은 계속됐다. 이들은 숨진 아들의 시신 훼손 유기 사실은 인정했다.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들이 최씨의 폭행으로 숨졌다는 사실은 철저히 숨겼다.

‘목욕을 하기 싫어하는 아들을 강제로 욕실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넘어져 다쳤고,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숨졌다’는 것은 이들 부부가 미리 입을 맞춘 핵심적인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최군의 부검 결과 및 어머니 한씨의 출퇴근 기록,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토대로 집중 추궁하자 그제서야 한씨는 남편의 2시간여에 걸친 무차별 폭행 이후 이튿날 최군이 숨졌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기존 진술을 토대로 ‘부작위(마땅히 해야할 조처를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던 경찰이 비로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게 된 반전의 순간이었다.

수사가 막바지엔 이마저도 진실을 왜곡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최군이 사망하기 전날 뿐 아니라 사망 당일에도 폭행을 했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추가로 털어놓은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사망한 날 재차 폭행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자세한 진술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훼손과 유기에 대해서도 이들 부부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최씨는 애초 시신 훼손 유기 부분에 대해 “내가 훼손한 뒤 버렸다”고 주장했고 아내 한씨는 “남편의 권유로 친정에 간 사이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동실에 보관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한씨는 결국 시신 훼손 과정부터 남편을 도와 시신을 봉투에 담아 공중 화장실에 유기하는 등 모든 과정에 적극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최군이 학교를 장기결석하는 동안 교육방송과 학습지 등으로 홈스쿨링을 시켰다는 진술도 거짓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당시 이들 부부는 학습지 등을 구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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