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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재벌가 아들·사위들은 사모펀드로 출근한다
[헤럴드경제 슈퍼리치팀=민상식 기자] 최근까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해온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는 요즘 ‘금융 엘리트’에게 선망의 직종이 됐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사모펀드의 국내 M&A 시장 영향력이 커진 데다가 고액 연봉과 투자성과에 따른 성과급체계가 뒷받침되면서 능력있는 금융인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PEF 업계는 국내 재벌가 2~3세대, 1970~1980년대 태어난 재벌가의 아들들이 대표나 파트너(임원)로 참여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재계 유력인사의 자제들은 넓은 인맥과 로비력 등 ‘보이지 않는 힘’을 이용해 대형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로 개인투자자를 상대하는 자산운용사 등 다른 금융업종과 달리, PEF는 기관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M&A를 거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팔아 수익을 남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이들의 투자금 모집에 ‘가문의 명성ㆍ인맥’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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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PEF 업계의 재벌가 출신 거물로는 한때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70) 전 삼성물산 고문의 두 아들이 꼽힌다. 이 전 고문의 장남 이상훈(45) 씨는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 한국 대표로 재직 중이며, 차남 이상호(39) 씨는 글랜우드투자자문 대표다.

두 아들은 모두 이 전 고문과 같은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후 공통적으로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금융 전문가로 성장해 PEF 업계로 발을 들였다.

장남 이상훈 대표는 1998년 삼성물산 석유화학 부문에서 일한 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MBA)을 마쳤다. 2001년 국내로 복귀한 이 대표는 삼성생명 해외 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메릴린치증권을 거쳐 미국을 대표하는 IB 모건스탠리 산하 PEF ‘모건스탠리PE’에 합류했다. 2011년부터 국내 모건스탠리PE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외식 브랜드 ‘놀부’를 소유한 놀부NBG를 비롯해 현대로템ㆍ이노션 등에 투자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

차남 이상호 대표는 지난해 거물급 인수후보를 제치고 신생 업체인 글랜우드가 NH농협PE와 짝을 이뤄 동양매직을 인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13년까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에서 근무하며 기업 M&A 업무에 전문성을 키운 뒤 2014년 글랜우드에 합류했다.

삼성그룹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한 이학수 전 고문은 부인, 자녀 등과 함께 ‘엘앤비인베스트먼트’라는 가족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엘앤비인베스트먼트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엘앤비타워’를 소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빌딩 가치를 최소한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 전 고문은 삼성그룹 시절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참여해 삼성SDS의 부당한 주식 배정에 관여한 혐의로 2009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1년여만에 사면됐다.

사모펀드 업계에 재계 자제들이 몰리는 이유는 기업 M&A 작업에는 운용능력 뿐만 아니라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 등을 통해 어학 능력과 탄탄한 인맥까지 자랑하는 재계 유력인사의 자녀들은 펀드자금 모집 등 PEF 업계의 투자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아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PEF를 운용 중인 LS가(家) 3세도 있다. 바로 구본웅(36) 포메이션8(Formation 8) 대표다. 그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로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2012년 미국에서 벤처투자사인 포메이션8을 공동 설립해 5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후 PEF 분야로 보폭을 넓인 후 여러차례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는 등 사업을 키워가는 중이다.

실제 포메이션8이 1250만달러(한화 약 150억원)를 투자한 가상현실(VR) 기기업체 오큘러스VR의 경우에는 2014년 3월 페이스북에 매각되면서 투자액의 10배에 달하는 1억3000만달러를 벌어들인 ‘대박’으로 단숨에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또 2014년 11월 국내 모바일 서비스업체인 옐로모바일의 1억500만달러 투자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구 대표는 특히 2014년 12월에는 중화민국(中華民國) 건국의 아버지 쑨원의 증손자 조엘 선(Joel Sun)을 싱가포르에서 투자 파트너로 영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페이스북에서 경력을 쌓은 조엘 선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에어비앤비, 페이스북, 우버 등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세를 탔다.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군 복무를 마친 구 대표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MBA를 졸업했다.

사모펀드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위를 둔 가문도 있다. 바로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들이다.

박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로 유명한 김병주(52) MBK파트너스 회장은 국내 PEF업계에서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0대 시절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포드 칼리지와 하버드대 MBA를 마치고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씨티그룹)와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에서 근무했다. 칼라일그룹 재직 시절 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한미은행을 인수해 3년만에 70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씨티그룹에 되팔아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김 회장은 칼라일그룹의 부회장까지 올랐다가 2005년에 독립해 본인의 영문이름(Michael Byungju Kim)을 딴 MBK를 설립했다. 현재 MBK는 자산규모가 82억 달러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사모펀드 그룹으로 성장했다.

박 명예회장의 맏사위는 M&A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윤영각(63) 전 파인스트리트 회장이다. 윤 회장은 국내 대표적 회계컨설팅업체 삼정KPMG를 20년간 이끌어온 인물이다. 1991년 삼정컨설팅그룹을 창업하고 2001년 세계적인 회계ㆍ컨설팅그룹인 KPMG와 합작해 삼정KPMG를 설립했다. 2012년 삼정KPMG 경영에서 물러난 후에는 조건호 전 리먼브러더스 부회장과 함께 2014년 파인스트리트를 공동 설립한 후 지난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학과를 나와 시카고대와 듀크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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