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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레버넌트’의 아버지와 최군의 아버지 -김세진 논설위원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미소년 이미지로 데뷔했지만, 이제는 외모와 연기력을 겸비해 전 세계에 두터운 팬층을 거느린 대스타다. ‘타이타닉’ ‘위대한 개츠비’ ‘인셉션’ ‘디파티드’ 등 묵직한 대작의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하지만 유독 오스카상(아카데미)과 인연이 없어 ‘상복없는 배우’라는 달갑잖은 별칭이 붙었다.

최근 개봉한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게 됐다. 이 작품에서 사냥꾼 디카프리오(휴 글라스 역)는 인디언 여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끔찍히 아끼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자신마저 중상을 입은 채로 동료로부터 사지에 버려진다.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온갖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침내 살인범을 찾아내 죽음으로 되갚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다. 눈보라와 강추위에 인디언의 공격을 피해 얼음장같은 강물속에 뛰어들기도 한다. 회색곰에 습격을 당한 뒤 반죽음 상태에서, 분노에 절규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숨을 멎게 만들 정도다. 인디언이 백인들에겐 그저 ‘정복과 사냥의 걸림돌’이던 개척시대. 인디언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들은 백인들로부터 언제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존재였다. 디카프리오는 이들로부터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온몸을 던진다.

영화 ‘레버넌트’의 상황은 극단적인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모름지기 아버지란, 자식에게 든든하고 안전한 울타리이게 마련이다. 경제력이나 권력을 가진 아버지는 물론, 가진 것 없이 평범한 아버지도 자식사랑에 우열이 있을리 없다. 때론 적극적으로 자식의 보호막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론 존재만으로도 자식의 롤모델이나 멘토가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에게 아버지란 그런 큰 산 아니겠는가.

최근들어 부모를 살해하는 엽기적인 존속살인이 잇달아 발생해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보여주곤 했다. 아주 드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철 없는‘ 자식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TV와 신문, 온라인을 뒤덮은 ‘최군 시신훼손 사건’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아버지가 11세 난 아들을 구타하다 숨지자 냉동보관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는 소식은 존속살인보다 더 큰 충격을 던져줬다. 부천 여아 학대 사건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도 않았다. 이런 부모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 그런 가정은 또 얼마나 끔찍한 공간인가. 레버넌트의 휴 글라스는 인디언도 백인도 아닌 정체성으로 고통받는 아들을 지켜주려 온 몸으로 싸웠다. 하지만 최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끔찍한 회색곰이자, 두려운 인디언이며, 탐욕스런 백인이었다. 그에게 아이는 ‘지켜줘야하는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 ‘마음에 안들면 폭력으로 제압해도 되는’ 소유물이었다. 그러다 죽는 것은 ‘사고’였을 뿐이다. 모든 아이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적어도 폭력과 학대로부터는 보호되어야 한다. 학교와 사회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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