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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3대 지하경제 리포트-유흥업] 룸살롱, 투자는 일반인-관리는 업주-영업은 마담
철저한 역할분담 기업처럼 운영
아가씨 조달 소위 ‘실장’입김 세


조직폭력단체 간부급인 A씨와 B씨는 공동으로 서울 강남 L빌딩 지하1층~지상 7층을 빌려 유흥주점을 운영했다. 지상8층~10층은 모텔로 개조해 성매매 영업도 병행했다. 하루 평균 150명의 손님이 방문해 1인당 평균 32만~39만원을 썼다. 하루 평균 매출은 늘 5000만원이 넘었고 한 달에 15억원 이상은 거뜬하다. 건물 임대보증금 6억원과 매달 임대료가 나갔지만 투자금은 단 몇달만에 회수했다.

유흥업소는 공동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투자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아가씨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담당상무, 진상 손님 처리와 시비 발생에 대비한 조직원, 경리직원 등 인력이 꽤 많이 필요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 실태와 대안연구’자료에 따르면 유흥업소는 운영은 기업형으로 이뤄진다.

일단 투자 자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자자’가 끼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투자한 지분만큼 수익을 받아갈 뿐 영업에 관여하지 않는다. 인천에서 룸살롱 사업을 하는 30대 중반 C씨는 “투자자는 조직폭력 생활과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골프장 사장, 로타리 클럽 회장, 나라에서 위치가 있는 사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 중소기업 사장 등이 주로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탈세, 성매매 등으로 불법적 수익을 얻고 있어도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 투자와 운영이 구분돼 투자자의 불법 행동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지사장’(명의상 소유주)을 두는 것도 유흥업소에선 일반적이다. 업주가 불법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바지사장은 일정 금액을 받고 탈세, 성매매알선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때 법적 책임을 대신 진다. 서울 북창동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던 40대 D씨는 “운영이 잘되는 업소는 세금이 부과되는 시기를 감안해 대개 1년 단위로 바지사장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사업은 업주와 마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업주는 투자자를 모집하고 사업을 관리한다. 마담관리, 진상손님 처리 등의 업무를 하는 전무, 상무 등 직원을 고용하는 것도 업주의 책임이다. 마담은 영업을 맡는다. 마담은 여성접객원(아가씨)을 관리하고 고객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홍보한다. 인천에서 룸살롱을 운영한 30대 E씨는 “마담을 3~5명 정도 뒀는데, 영업은 마담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업무가 명확히 구분돼 둘이 5대 5로 수익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업소에 소속된 아가씨가 없기 때문에 아가씨를 관리하고 업소에 출근시키는 아가씨부장(이사나 실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서울에서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는 F씨는 “실장들이 오후 2~3시 아가씨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출근 여부를 확인한다”며 “출근하는 아가씨가 부족할 경우 보도방을 통해 추가로 공급 받는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대형 룸살롱 상무로 일한 20대 중반 G씨는 “실장이 10~15명 있었는데 1명당 평균 25명의 아가씨를 관리했다”며 “매일 출근하는 아가씨를 150명 정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에서 일할 아가씨는 인터넷 광고나 친구 소개를 통해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D씨는 “아가씨는 저녁 7시 이후 출근해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일하고, 당일 현금으로 일당을 주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 4일 근무할 경우 고정급 형태의 급여를 주기도 한다”며 “인터넷 광고 등을 보고 ‘알바를 하겠다’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흥업소 그 자체는 합법적인 사업이다. 하지만 업주들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세금포탈, 성매매알선 등을 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세금 포탈의 방법은 현금영수증 미발행, 유흥접객원 봉사료 축소신고, 주류 판매량 축소신고 등을 통해 총매출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이런 방법으로 강남의 한 유흥주점은 3년간 22억4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

속칭 ‘2차’로 통하는 성매매의 경우 유흥업소 매출로 손님이 카드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성매매 알선비용을 유흥업소가 따로 받지는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부산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한 30대 중반 H씨는 “룸살롱 업주가 성매매 알선을 하고 알선비를 챙기는 경우는 거의 못봤다”며 “마담이나 아가씨가 알아서 하고 우린 술값만 받는다”고 말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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