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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美 ‘습지 복원’ 나선 중국 억만장자들
[헤럴드경제=천예선ㆍ윤현종 기자] 초라한 숲 사이로 바람이 거세게 인다. 나뭇잎 하나없이 앙상한 나무가 맥없이 흔들린다. 나무 뿌리는 고인 물에서 익사 중이다.

중국의 억만장자 왕 웬리앙(Wang Wenliangㆍ61)은 이런 숲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가본 적도 없다. 그런 그가 이 습지를 복원하는데 500만달러(60억4000만원)를 쾌척해 화제다.

왕 웬리앙 릴린 인더스트리얼 그룹 회장

놀라운 것은 이 습지가 중국이 아닌 미국 플로리다 주(州)에 있다는 것. 왕 회장은 자신의 대리인을 현지로 보내 습지를 둘러보게 한 후 기부금을 내놨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릴린 인더스트리얼 그룹(Rilin Industrial Group)의 대표인 왕 회장은 지난 17일 루커리 베이 국립 하구언 연구 보존 시스템(National Estuarine Research Reserve System)이 추진하는 습지 살리기 프로젝트를 위해 500만달러를 기부했다. “환경 이외에 다른 동기는 없다”며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의 시선을 일축했다.

미국 플로리다 주 샌 마르코 로드(San Marco Road)를 따라 이어진 225에이커(약 28만평) 규모의 습지는 지난 수십년간 서서히 검은 땅으로 전락했다. 1938년 샌 마르코 로드 건설이 화근이 됐다. 조수 간만의 흐름을 차단시키면서 습지의 물 흐름을 교란시켰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르코 섬 인근 황폐해진 습지 모습.

마르코 섬 습지 보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로빈 르위스는 왕 회장의 기부에 대해 “우리 프로젝트에 누군가 관심이 있다는 것은 하늘의 축복을 받은 것과 같다”고 밝혔다. 그는 “1992년 허리케인이 지나갔을 때 엄청난 비가 숲을 범람시켰고 한번 들어간 물이 빠지지 못하면서 숲은 심각하게 훼손돼 갔다”고 전했다.

르위스의 목표는 기부금을 기반으로 습지로 이어지는 지하 배수로를 만드는 것이다. 샌 마르코 로드 아래로 터널을 뚫어 물이 흐르게 함으로서 습지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친환경 습지 복구(Ecological Mangrove RestorationㆍEMR)’라고 명명했다.
 
르위스는 “죽은 습지를 살려내는 방법으로는 묘목 심기 등이 있지만 이는 실패할 가능성 크다”며 “EMR은 습지 복구를 위한 정공법으로 이미 정부의 허가를 받았고 이것이 왕 회장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왕 회장이 환경보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출신인 왕 회장은 북한에서 이어지는 압록강 주변의 습지 살리기에도 뛰어들어 그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중국 단둥시 인근 습지. 중국 최대 습지로 철새들의 휴식처로 유명하다.

그는 북한 국경의 단둥시 인근 습지를 거금을 들여 사들였다. 중국 최대 습지이기도 한 25만 에이커 규모의 이 땅은 매년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이동하는 흑꼬리도요(godwits) 등 철새들의 휴식처다. 그는 매년 습지 보호를 위해 200만달러(24억원) 이상을 쓰고 있다.

5년 전에는 습지 인근 해상자원 보호 차원에서 800만달러(97억원)를 들여 인근의 수산, 새우양식 회사를 모두 사들이면서 습지보호를 한층 더 강화하기도 했다. 현재 습지는 44종의 철새와 88종의 물고기, 54종의 작은 포유동물들의 안전한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습지 인근 삼림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소유의 제지회사를 사들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제지회사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 목표다.

건설과 건축 인테리어 사업으로 부(富)를 일군 왕 회장의 순자산은 포브스 기준 10억5000만달러(1조2693억원)로 평가된다. 중국 부호 순위 288위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한편 중국 대표적인 부호인 마윈(馬雲ㆍ51) 회장도 생태계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지난해 미국 뉴욕주 브랜든공원 주변의 부동산을 약 2300만달러(271억원)에 구입했다.

마 회장이 사들인 땅은 2만8100에이커(약 113.7㎢)의 임야로, 15㎞ 길이의 세인트레지스강이 흐르고 호수와 연못·수풀 등이 어울어진 습지다. 마 회장은 이 땅을 애디론댁산맥의 난개발 방지와 환경보존을 위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 회장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땅을 사들인 것은 처음이다.

마윈의 자산은 218억달러(25조7400억원)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에 이어 중국 부호 2위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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