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급식·간식비등 결제불능피해는 고스란히 원아들 몫
누리과정 지원 중단으로 인해 일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돈맥경화’에 빠지면서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교육과 안전, 생활 환경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운영비에 대한 결제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21일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에 따르면 누리과정 예산이 제 때 집행되지 않으면서 당장 교사 월급은 물론 운영비 결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일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아이들에 대한 급식과 간식 문제다. 서울 가양동의 한 식자재 업체 이모(43)사장은 “서울 서부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11곳에 식자재를 공급하는데 벌써부터 대금 결제가 지연되는 곳이 생겼다”며 “누리과정 지원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얘기 뿐”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거래처가 끊기는 요즈음 이 업체 사장도 오래 기다리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의 한 유치원 원장인 A씨는 “식자재의 경우 신선 제품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1주일에서 3일 전에 바로바로 결제해야 하는데 당장 다음주 결제분 부터 걱정된다”며 “극단적으로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도시락을 싸서 보내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교사들에게 양해를 구해 월급 지급을 조금 미뤘지만 당장 아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급식에 필요한 비용에서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A원장은 “원생이 90~100명이 되는 유치원의 경우 교보재나 급식자재비 등으로만 석달이면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 아무리 투철한 교육가로서의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원금 없이 비용을 어찌 다 감당하겠는가”라며 “사립 유치원은 교육기관인 학교로 분류돼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대출)이 제한돼 있어 더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몇몇 유치원의 경우에는 빚더미 위에 앉게 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인 B씨는 “누리과정 예산이 제때 들어오는 것으로 계산해 3개월 할부로 교보재를 구매했다”며 “그 마지막 대금 지급일이 돌아왔지만 누리과정 예산이 나오지 않아 당장 현금이 없어 이번달에는 비용을 지불할 수 없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어 B씨는 “같은 지역에서 사립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다른 원장의 경우에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폐쇄회로(CC)TV 임대 대금을 치를 돈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CCTV를 공급했던 티브로드 관계자는 “이달부터 CCTV 임대 대금을 못내겠다는 원장들이 늘고 있다”며 “2개월 연속 연체가 되면 계약 해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유치원에 비해 상황은 다소 낫지만 어린이집도 빠져나가는 원생을 붙잡는 것과 동시에 교사 수를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어린이집은 학부모가 매달 15일께 신용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한 뒤 다음 달 20일 이후 카드사에 보육비를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유치원에 비해 한 달 가량의 여유가 있다. 

박세환ㆍ신동윤 기자/gr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