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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보스포럼 "3차 경제위기 가능"…中 양적완화 성공여부에 달려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지속적인 회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파생된 3차 위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진단이다.

글로벌 경제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흥시장에서의 ‘머니 엑소더스’는 글로벌 경제를 강타하고 있고, 국제유가는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5달러선까지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진앙지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어디 하나 비빌 언덕이 없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금리인상도 없던 일?=우선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1일 증시부양과 시장 안정을 위해 4000억 위안(약 7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7일물과 28일물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19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와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장기자금 지원창구인 추가담보대출(PSL)을 통해서 6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투입할 것이라 밝히며 춘제 연휴 전에 역레포로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이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ECB의 양적완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면서도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지만, 양적완화를 확대할 수 있고, 아마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역시 추가 양적완화나 소비세 증세 연기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부닷컴증권의 야마다 쓰토무 시장분석가는 “경기대책이나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등이 없으면 봄까지 주가하락 경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리인상 기조도 없던 일로 되는 분위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날 시장에 팽배했던 금리인상 전망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14.25%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대여서 기준금리가 14.50%나 14.75%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브라질 중앙은행은 급작스레 기조를 바꿨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도 지난 19일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 정책에 대한 분명한 견해를 내놓기는 이례적이다. 그 만큼 현재 영국 경제 상황이 금리 인상 여건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니 총재는 “지난해 여름 이후 진행 상황은 통화정책을 죌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세계(경제)가 약해지고 있고, 영국 경제 성장 속도도 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잇따르는 ‘경제 비상사태 선포’…출구가 없다=글로벌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경제 비상사태’ 선포가 도미노처럼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원유 수출에 의존하던 산유국들은 물론 유럽의 선진국까지 너나없이 ‘경제적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특단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것은 남미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5일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60일간 입법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을 제한하고 세수는 늘리며 기업 활동과 산업 생산, 통화 거래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사실상 국가 부도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베네수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블룸버그 집계 기준 6986.77bp(1bp=0.01%포인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1∼9월 사이에만 141.5%를 기록했으며 경제성장률은 -4.5%를 보였다.

유럽 주요 선진국으로 꼽히는 프랑스도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 경제 침체에 주목하며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의 실업자 수는 357만명에 달한다. 특히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실업자는 70만명 늘었고, 이 기간에 실업률도 9.8%에서 11%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의 여파로 관광산업을 비롯한 경기가 침체돼 프랑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테러 여파로 프랑스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로 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를 낸 데다가, 페그제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이 늘면서 특단의 카드를 꺼냈다.

사우디 중앙은행은 18일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에 리얄화 선물환 옵션거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리얄화 약세에 베팅하며 페그제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때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호황을 누렸던 산유국 아제르바이잔은 경제적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19일 자본 통제에 나섰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미 지난달 페그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후 아제르바이젠의 마나트화 가치가 폭락했고 극심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자금이탈에 놀란 아제르바이잔은 해외로 자금을 이전할 때 20%의 거래세를 부과했다. 해외의 부동산, 주식을 사거나 직접 투자를 할 때에도 이 같은 거래세가 붙는다. 다만 교육, 치료 관련 지출은 제외됐다.

▶제3차 부채 슈퍼 사이클 도래하나?=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유력 경제학자들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제3차 부채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도 중국이 이번 만큼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은 눈앞의 위험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원의 리처드 볼드윈 국제경제학과 교수도 “개별적으로 문제와 경기둔화를 불러올 다수의 취약점들이 있다”면서 “이런 취약점들이 합쳐지면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뉴욕 대학 스턴 스쿨의 마이클 스펜스 교수는 “세계 경제가 취약해지고 악화하는데 효과적인 대응조치는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으며, 역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예일 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여느 때보다 큰 급등락은 앞으로도 큰 급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근본적인 위험의 전조”라고 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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